오릭스 버팔로스가 25일 미야기현 클리넥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라쿠텐 골든이글스와의 경기에서 4-7로 패했다.
이대호는 1루수 겸 4번타자로 출전해 5타석 3타수 2안타(볼넷2) 1득점으로 모처럼만에 멀티히트를 기록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이날 2안타를 추가한 이대호의 타율은 종전 타율 .211에서 .230(74타수 17안타)로 소폭 상승했다.
이날 경기에서 오릭스는 최근 4경기 동안 단 1득점의 부진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4점을 획득하며 팀 타격이 살아나는 듯 했다. 두자리수 안타(10안타)도 19일 소프트뱅크전 이후 5경기만이다.
하지만 믿었던 나카야마 신야가 5이닝 동안 3실점하며 제 몫을 하지 못했고 3-3 동점인 가운데 6회 마운드에 오른 카츠키 료타가 0.2이닝 동안 4실점하며 무너졌다.
라쿠텐 선발 시모야나기 츠요시를 2회만에 끌어 내린 오릭스 타선은 이후 경기 주도권을 잡는듯 했지만 이어 등판한 카토 다이스케-아오야마 코지-카타야마 히로시로 이어지는 철벽 불펜과 마무리 다렐 라즈나의 호투에 침묵하며 결국 역전패했다. 이로써 오릭스는 7승 1무 12패(승률 .368)로 꼴찌 세이부에 한 경기 앞선 5위가 됐다.
그동안 터지지 않은 타선이 팀 패배와 직결됐었다면 이날 경기는 믿었던 투수들이 무너지며 투타밸런스가 맞지 않은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전체적으로 보면 오릭스 투수진은 지난해에 비해 확실히 안정감이 떨어진다.
에이스 카네코 치히로의 부상이 선발 로테이션의 어려움을 대변하고 있지만 불펜 역시 제 역할을 못해주고 있는 투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팀내 최다경기(평균자책점 1.94)에 출전했던 히라노 요시히사는 최근 경기에서 연속 실점으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비록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히라노의 부진은 ‘믿을맨’ 과는 거리가 멀어(평균자책점 4.50) 확실한 승부처에서 투입을 주저하고 있는 모양새다.
불펜 보강을 위해 세이부에서 데려온 슈 민체(평균자책점 11.12) 역시 팀에 전혀 보탬이 못되고 있고 그나마 원포인트 릴리프인 좌완 요시노 마코토만이 제몫을 하고 있을 뿐이다. 팀이 리드하는 경기에서 마무리 투수인 키시다 마모루까지 오기가 굉장히 험난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카다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수 밖에 없다. 오릭스 타선이 현재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니혼햄처럼 타선이 활발한 공격력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기에 투타 모두에서 답답한 경기들이 속출하고 있다. 올 시즌 일본야구, 특히 퍼시픽리그는 전체적으로 팀 간 전력차이가 크지 않다.
‘투고타저’ 현상이 지속되고 있긴 하지만 이것은 넓은 스트라이크 존과 날지 않은 공에 기인한 것으로 모든 팀들에게 해당되는 상황이다. 투수전이 속출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 상황에서 니혼햄처럼 활발한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는 팀도 있기 때문이다.
오릭스 입장에선 결국 인터리그 전까지(5월 16일) 뒤쳐지지 않고 얼만큼 3위 팀과 승차를 유지하며 버티느냐가 올 시즌 성적을 좌우하는 키포인트다.
오카다 감독의 임기는 올해까지다. 2년전 취임 일성으로 언급한 임기내에 우승은 지금으로서는 다소 허황된 꿈이었지만 올해가 오릭스 감독 마지막 해라는 점에선 어느정도 성적을 남겨야 한다.
2년동안 한번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기에 우승은 아니더라도 올해엔 반드시 A클래스(3위)에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초 하위권으로 분류됐던 지바 롯데가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는 점, 또한 상위권으로 생각했던 세이부 라이온즈가 꼴찌에 머물고 있는 것도 달리 말하면 오릭스라고 지바 롯데처럼 되지 마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현재 성적은 논외로 치더라도 겉으로 보이는 오릭스의 투타전력은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을 답답하게 한다. 점수가 나지 않으니 재미도 없고 이대호 타석을 제외하면 채널을 돌린다는 한국 팬들 역시 그만큼 많다.
이제 꼴찌 걱정을 해야 할 오릭스는 공교롭게도 이번 주말 3연전에서 현재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세이부와 만난다. 세이부 역시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릭스와 마찬가지로 투타에서 모두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어 오릭스 입장에선 멀찌감치 세이부를 떨어뜨려 놓을 필요가 있다.
전날 경기에서 2안타를 기록한 이대호가 26일 경기에서 만나게 될 투수는 2년 차 신인인 미마 마나부(26)다. 미마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일본대표팀에서도 활약한 바 있고 사회인 야구 도쿄 가스에서 명성을 날렸던 투수다. 지난해 라쿠텐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 해 불펜으로 활약하며 그 가능성을 인정 받았지만 시즌 중반 팔꿈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었다. 금일 경기가 올 시즌 미마의 첫 등판 경기다.
미마는 169cm에 불과한 신장이지만 최고 153km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진다. 사회인 야구에서 활약할때도 잦은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던 전력이 있고 그래서 빠른 속구 보다는 변화구 위주로 투구를 하기도 했는데 지난해 부상 이후 현재는 구위가 거의 회복된 걸로 알려져 있다.
이대호 입장에선 아직 신인 티를 벗지 못한 미마를 상대로 타격 상승세를 이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라쿠텐도 선발 사정이 썩 좋은 팀이 아니다. 오히려 불펜 투수들의 안정감이 더 돋보이는데 미마를 끌어 내리기 위해선 초반부터 이대호는 물론 오릭스 타선이 불을 뿜어야 한다.
25일 경기에서 4번 이대호와 5번 키타가와 히로토시를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타순 변경을 했던 오릭스 타선은 지금 5연패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좀처럼 타순 변경을 하지 않는 오카다 감독의 심정을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고선 어쩌면 4월달을 꼴찌로 마감해야 할지도 모른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