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국가대표들이 모여 경쟁하는 올림픽에서 과연 나라도 없이 출전하는 것이 가능할까?
국가도 코치도 없는 한 선수가 개인 자격으로 런던 올림픽 마라톤 선수로 당당히 출전을 앞두고 있어 화제다. 낡은 한 켤레의 마라톤화를 신고 출전을 앞둔 선수는 미국에 사는 난민 가우어 마리얼(28).
마리얼의 과거는 끔찍한 악몽 그자체다. 아프리카 중동부에 있는 남수단에서 출생한 마리얼은 어릴 때 부터 내전으로 오직 생존을 위해 물도 없이 사막을 뛰어다녀야 했다. 특히 그의 나이 20살 때 벌어진 내전으로 국민 2백만명이 사망했으며 이 기간중 가족 8명이 죽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이후 마리얼은 전쟁 포로로 노예생활을 하다 이집트로 탈출 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난민 신분을 얻었다.
난민이 된 마리얼은 달리기 실력을 키워 지난해 첫 출전한 미국 내 마라톤대회에서 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기준 기록인 2시간 14분 대로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런던올림픽을 참가하기 위해서는 여러 난관이 많았다. 먼저 남수단은 지난해 수단에서 독립한 신생국으로 올림픽 위원회도 없다. 이에 (북)수단 정부는 마리얼에게 “대표팀에 합류하라.”고 초청장을 보냈으나 그는 단호히 거절했다.
마리얼은 “만약 내가 북수단을 위해 달린다면 자유를 위해 싸우다 죽은 2백만명을 욕보이는 짓”이라고 밝혔다.
마리얼의 이같은 사연은 국제올림픽위원회 IOC에도 전달됐고 IOC는 회의를 통해 지난달 중순 올림픽 깃발아래 독립 선수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조치했다.
박종익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