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범의 명단이라고 주장하는 네 명의 이름이 낙서가 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일경으로 알려졌다. 컬럼비아대학교 캠퍼스 내에 있는 한 화장실에서 발견된 이 낙서는 건물 관리인에 의해 즉시 지워졌으나 이내 다른 건물 화장실에서도 잇따라 발생했다.
최근까지 여학생 화장실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발견된 이들 네 명의 이름이 적힌 유인물이나 낙서에는 ‘캠퍼스 내 성폭행범’이나 ‘중대 강간범’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일부 유인물에는 “(강간범) 체포는 학교 책임”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 학교 내 성폭력 사건의 심각성을 나타내려는 의도를 담았다.
이 같은 낙서들이 잇따라 등장한 데는 컬럼비아대학교 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빈발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을 알려졌지만, 학교 측이 제대로 대응을 하고 있지 못한 데 따른 비난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이 학교 여학생 23명은 미국 교육 당국에 학교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을 학교 측이 미지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접수했다. 이에 관해 학교 측은 “개별적인 성폭력 행위에 관해 일일이 특정한 학교 절차를 언급할 수 없다”며 “여러 법률들이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으며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미지근한 답변으로 대신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이 같은 낙서들이 등장하자 일부 학생들은 “안 그래도 캠퍼스 내에서 성폭행이 자주 일어난다는 음흉한 소문에 불안했는데 이번 낙서 사건으로 더 두려워졌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일부 학생들은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은 좋지만 이러한 방법은 정의롭지 못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 학생들은 낙서에 등장한 명단이 강간범이 아닐 수도 있는 등 이 같은 방법은 옳은 행동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은 연일 점증하는 대학 내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학교 측의 학생 보호나 대응이 미진하다는 여론이 일자 백악관은 교육부를 주체로 해 이 문제 해결을 위한 테스크포스팀을 만드는 등 사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이번에 다시 낙서 파문이 발생하자 뉴욕의 한 인권 운동가는 이른바 ‘뉴욕시 대학 안전법’ 제정을 주창했다. 그는 “뉴욕은 학생 수가 보스턴 전체 인구보다 많다”며 “5명 중 1명꼴로 여대생들이 성폭력 피해자로 우리 도시의 학생들을 보호할 책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달 각 대학교가 성범죄 발생 현황을 공개하는 것을 법으로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컬럼비아대 여학생 화장실에서 발견된 강간범 명단 낙서 (’컬럼비아라이언’ 캡처)
김원식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