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건 대낮에 멀쩡한 ‘담벼락’을 통째로 도난당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영국 일간지 미러 등 현지 언론이 12일 보도했다.
사라진 담벼락은 영국 에섹스 주에 있는 것으로, 길이가 약 19m, 높이 약 1.9m에 이른다.
빅토리아시대인 1890년대에 만들어진 이 담벼락의 가치는 약 700만원. 소유권은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인 레이 오셰아 라는 여성에게 있었다.
대범한 이 도둑들은 컴컴한 밤도 아닌 대낮에, 어떻게 담벼락을 통째로 훔칠 수 있었을까?
목격자들에 따르면 용의자 2명은 ‘겁도 없이’ 눈에 띄는 밝은 색의 재킷을 입고 담벼락 앞에 선 뒤 이를 찬찬히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벽돌로 만들어진 이 담벼락은 100년의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손쉽게 무너져 내렸고, 이들은 이 벽돌을 곧장 근처에 세워뒀던 트럭에 옮겨 실었다.
이들의 대범함은 벽을 해체한 뒤 벽돌을 옮겨 담은 후에도 이어졌다. 인근 주민이 구경하듯 접근하자 빗자루를 빌려 ‘도난의 흔적’을 깨끗하게 청소하기까지 한 것.
당시 목격자는 “주인이 사람을 고용해 시킨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낮에 벽을 통째로 도둑질 하는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도둑 2명이 담벼락을 훔치는데 걸린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11시 30분까지 고작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주인은 “이 담벼락이 있는 집은 예전부터 꼭 사고 싶었고, 절호의 기회가 생겨 내 소유가 됐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담벼락이 사라져 매우 화가 난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둑들을 찾아내서 훔쳐간 물건을 돌려받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현지경찰은 해당 사건을 조사 중이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제보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