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과학전문매체 라이브 사이언스닷컴의 2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영국 세인트앤드루스 대학 해양환경학과 연구진은 세계 연안 지역 해상 풍력발전소들이 차기 바다표범들의 유력 사냥터가 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말 그대로 바람을 이용해 발전기의 날개를 회전시켜 이때 생기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내는 풍력발전은 환경오염을 발생시키지 않는 청정 대체에너지 발전수단으로 최근 크게 각광받고 있다. 특히 유럽의 경우 바람 에너지를 얻기 쉬운 대서양 북해 바다 연안지역에 대규모 풍력발전 시설을 짓고 있는데 실제로 덴마크의 경우는 국가전력의 약 30%를 풍력발전을 통해 얻고 있다.
문제는 이 북해 연안지역이 바다표범들의 주요 서식지라는 점이다. 각종 첨단설비로 본래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바다표범들의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많은 이들이 우려했지만 바다표범들은 예상보다 지능적으로 이 환경변화를 생존에 활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연구진은 영국, 독일 연안 대서양 북해 지역에 서식하는 일정 무리의 회색바다표범, 점박이 바다표범 목에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위성항법장치)를 장착, 이들의 움직임을 추적·관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과연 이들이 풍력발전설비 건설로 변화한 바다 생태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연구진들은 GPS 데이터를 추적하면서 놀라운 움직임을 관찰했다. 회색바다표범 3마리가 활발한 격자무늬 형태로 서식지역을 수영하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 3마리 회색바다표범이 11마리에 달하는 큰 규모 바다표범 무리의 일원인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들은 각각 독일 알파 벤투스 풍력 발전소와 영국 셔링엄 풍력 발전소 인근을 격자무늬로 수영하며 풍력발전설비에 몸이 다치지 않게 적응하며 서식지를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GPS 데이터에는 점박이 바다표범 2마리가 네덜란드 풍력발전 지역의 가스 파이프라인과 터빈 근처에서만 10일동안 먹이를 사냥하며 머무르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연구진에 따르면 이는 풍력발전설비가 구축해놓은 바다물길을 사냥터로 활용하는 바다표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길이 인공구조물에 막히면서 갈 곳을 잃은 바닷물고기들을 바다표범들이 전보다 손쉽게 사냥해낸다는 뜻이다.
세인트앤드루스대학 해양 생태학자 데보라 러셀 박사는 “인간이 만든 인공구조물을 사냥에 활용하는 해양포유류는 처음 확인됐다”며 “하지만 이런 풍력발전 설비의 증가가 바다표범들을 비롯한 해양생태계 전반에 반드시 이롭다고는 볼 수 없다. 일단 고립된 지역의 바닷물고기들의 수는 바다표범들에 의해 일찍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보다 많은 바다표범들에게 GPS 장치를 달아 보다 큰 범주에서 해양풍력발전설비 건설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정밀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온라인 판에 21일 게재됐다.
자료사진=포토리아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