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실연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약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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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연의 아픔, 약으로 치료할 수 있을까.
니콜라스 레이몬드/플리커



어떤 세상에서든지 서로 만나 사랑하고 헤어지는 것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혹시 약으로 실연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은 없는가. 실제로 일부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약물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 과학잡지 파퓰러사이언스에 따르면 사랑 즉 연애 감정이라는 것은 본질에서 어떤 생화학 물질의 작용이 결합한 결과로 생기는 현상이다. 그 구조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것이 거의 없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졌지만 ‘사랑 호르몬’으로도 불리는 옥시토신이라는 물질이 사람과 사람 사이 유대감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호주 시드니대학 임상심리학자 애덤 구아스텔라 교수는 말다툼을 벌인 연인에 대한 치료 목적으로 옥시토신을 투여하는 실험을 시행했다. 구아스텔라 교수는 “옥시토신은 상대에 대한 증오의 감정을 완화하고 상대방의 관점에서 사물을 생각하는 의욕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반면 옥시토신을 억제하면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난다. 미국 에모리대학 연구팀은 프레리 들쥐의 뇌에 옥시토신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물을 투여하는 실험을 했다. 그러자 투여된 들쥐들은 장기간 부부 관계에 있던 파트너에 흥미를 잃었다. 즉, 옥시토신의 기능을 조작하면 연애 감정의 스위치를 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술의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연구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신경윤리학자 브라이언 어프 교수는 지난해 연구논문을 통해 연애 감정을 생명 공학으로 억제하는 기술을 취급할 때 고려해야 할 윤리적 사항을 언급했다.

어프 교수는 “연애 감정에 개입하는 것을 목표로 이런 기술은 앞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지금 윤리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어프 교수는 이런 약물은 어디까지나 치료의 목적으로 그리고 본인의 의사에 따라 사용돼야 하며 악용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래 “동성애적 성향의 감소를 위해 생물학을 이용하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진행돼왔다”고 어프 교수는 지적했다.

반면 캐나다 매니토바대학의 철학자 닐 맥아더 교수는 약물 이용이 합리적인 경우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아에 대한 성도착과 학대 등 “해로운 행위를 수반하는 위험성이 있다”는 경우가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기술을 못마땅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연애라는 바로 인간다운 경험을 ‘조작’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도덕적 혐오감을 가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미국 텍사스대학 건강과학센터의 정신의학자 비니스 존 교수는 “사랑은 어떤 의미에서 종교처럼 추앙된다”면서 “많은 사람에게 사랑은 살아남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한다.

사랑을 억제하는 약물은 연인에 대한 애정뿐만 아니라 친구와 가족을 소중히 생각하는 감정까지도 저하할 수 있다.

실연의 아픔을 완전히 없애려면 무엇보다 먼저 ‘사람을 사랑하는 능력’을 약하게 하는 방법을 과학자들에게 찾아달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방법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아마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사진=니콜라스 레이몬드/플리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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