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마다 “결혼 언제 하냐”는 친척들의 성화가 부담스럽다는 노처녀들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결혼을 인륜지대사로 여기는 중국에서는 결혼 부담을 탈피하기 위한 기상천외한 방법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중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타오바오’에는 이러한 부담에 시달리는 노처녀들을 겨냥한 새로운 ‘상품’이 올라왔다. 바로 ‘가짜 남자친구’다.
지난 춘절(한국의 설),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과 친척에게 ‘결혼 압박’을 받을 것을 두려워 한 일부 여성들은 타오바오 사이트를 찾았다. 타오바오에는 ‘1일 남자친구가 되어드립니다’라는 광고로 치장한 남성들의 사진과 프로필, ‘가격’ 등이 세세하게 적혀있다.
이들 남성은 하루동안 가짜 애인 행세를 해주는 대신 1000~1만 위안(약 18만~178만 원)정도의 수고비를 받는다.
여기에 부모님과 친척을 더욱 감쪽같이 속일 수 있는 스킨십, 예컨대 포옹이나 함께 영화관 가기, 손잡기 등의 옵션을 추가하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같은 ‘남자친구 대여’에 중국 현지 남성뿐만 아니라 중국에 거주하는 미국, 캐나다 등지의 외국 남성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한 남성은 “고향이 지방이라면 함께 여행을 해 줄 수 있다. 비용은 800위안(약 14만원)이며, 쇼핑 보조를 원할 경우 시간당 150위안(약 2만 7000원)을 더 내면 된다”면서 “타인의 흉을 보고 싶거나 불평불만을 들어 주는 역할이 필요하다면 20분당 50위안(약 8900원)만 지불하면 된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실제 타오바오를 통해 가짜 남자친구를 대여한 회사원 리(李, 26)씨는 “나는 아직 결혼할 만한 완벽한 상대를 만나지 못했다. 대신 가짜 남자친구를 고향에 데려가 소개시킨 것은 부모님들의 걱정을 덜어드리고, 쓸데없고 귀찮은 일들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결혼을 기피하는 문화가 점차 팽배해지고 있는 중국에서는 이처럼 부모님의 성화를 피하거나 잠깐의 즐거움을 위한 가짜 애인 대여 시스템이 확대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남성들은 ‘후기 제도’를 도입, 자신에 대한 만족도를 홍보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베이징이공대학 소속 사회평론가인 후싱더우 박사는 “가짜 애인을 고용하는 이런 현상은 과거 세대와 신세대 간의 관념이 충돌하며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