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페루의 한 TV프로그램이 여행권을 미끼로 황당한 미션을 선보여 격한 논란이 일고 있다.
아나 하라 페루 총리는 "TV가 타락해도 너무 타락했다"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버젓이 방송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문제의 프로그램은 매주 금요일 방송되는 '마지막 여행객'이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미션을 통해 최종 승자를 뽑고 단체 여행권을 선물로 준다.
마지막으로 전파를 탄 방송에선 여자초등학생에게 남기지 않고 샐러드 먹기 미션이 주어졌다.
미션에 걸린 경품은 반 학생 전체가 멕시코의 유명 휴양지 칸쿤을 방문할 수 있는 단체 해외여행권이었다. 너무 쉬운 미션 같았지만 막상 샐러드를 앞에 두고 사회자의 설명을 들은 여학생은 잠시 얼굴을 찌푸렸다.
셀러드엔 바퀴벌레가 군데군데 섞여 있었다.
미션을 포기하면 친구들이 실망할까 고민하던 여학생은 수저를 들고 바퀴벌레 샐러드를 꾸역꾸역 먹기 시작했다.
여학생이 바퀴벌레 샐러드를 모두 먹어버리자 "미션 성공"이라는 축하메시지가 터졌지만 시청자들은 "아이들에게 바퀴벌레를 먹여도 되는 거야?"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일간지에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만평까지 등장하자 총리까지 나서 목소리를 냈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프로그램 측은 황급히 해명에 나섰다.
프로그램의 공동사회자 헤수스 알사모라는 "샐러드에 바퀴벌레가 6마리 들어 있는 건 맞았지만 그냥 바퀴벌레가 아니라 깨끗하게 기른 바퀴벌레였다"며 "사전에 이 점을 미리 밝히지 않은 건 잘못이었다"고 말했다.
깨끗한 바퀴벌레라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해명은 그러나 성난 여론을 더욱 들끓게 했다.
하라 총리는 "바퀴벌레를 먹은 것도 모자라 반인간적인 변명까지 늘어놓고 있다"고 질타했다.
사진=TV캡처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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