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를 돌보고 키우는 모성 본능은 동물의 세계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모든 동물은 알이나 새끼 때 가장 취약하기 때문이다. 아예 많은 수의 알을 낳아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생존 전략도 있지만, 반대로 적은 수의 새끼라도 자상하게 보살펴 보란 듯이 키워내는 것도 좋은 생존 전략이다.
곤충 역시 예외일 수 없는데, 자신의 몸에 알을 붙여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거나, 혹은 알 자체를 지키는 어미 곤충도 있다. 다만 이런 양육 활동은 화석으로 기록이 남기 어려우므로 과학자들은 아주 오래 전에 이런 모성 본능이 진화했을 것이라는 추정만 할 뿐, 언제 이런 곤충이 등장했는지는 자신 있게 이야기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 중국, 영국, 독일 등 다국적 과학자팀이 미얀마의 광산에서 발견한 호박 속에서 이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 호박은 나무의 수지가 굳은 것으로 여기에는 종종 운 없는 곤충들이 갇혀 화석화된다. 이런 화석은 아주 작은 부분까지 매우 세밀하게 보존되므로 과학자들에게는 보석 이상의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
이번에 발견된 곤충 화석은 1억 년 정도 된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을 놀라게 한 것은 그 연대가 아니라 호박 속에 갇혀서 죽은 곤충이 복부에 60개나 되는 알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다. 알 가운데는 이미 부화를 시작해서 유충이 보이는 것도 있었다. 이 알들은 어미 품속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기 위해 매우 얇은 분비물로 덥혀 있었다는 점도 확인됐다.
어미 품에 있을 때 이 알들은 천적이나 건조한 환경에서 한결 안전하게 보호됐을 것이다. 하지만 어미가 죽으면서 이 알들도 같이 화석화된 것이다.
연구를 이끈 중국과학원의 왕보 교수는 “곤충이 자신의 몸에 알을 품고 보호하는 전략을 진화시킨 것이 적어도 쥐라기 말이나 백악기 초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곤충의 모성 본능은 인간의 모성애와는 다를 수도 있다. 인간은 자신의 자식을 어릴 때만 아니라 평생 사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박 속에 화석이 된 곤충을 바라보면, 작은 미물이라도 어머니는 위대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사진=1억 년 된 곤충 화석. 복부에 작은 알들이 보인다. (CCBY 4.0 Wang et al)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