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표면은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 암석과 분화구, 모래로 이뤄져 있다. 아무래도 사람이 살만한 장소는 아니다. 그런데 그 아래는 어떨까? 현재까지 달 지하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부분들이 많다.
미국 퍼듀대학의 제이 멜로쉬(Jay Melosh) 교수는 지난 3월 17일 열린 ‘달 및 행성 과학 학회’(Lunar and Planetary Science Conference)에서 달 표면 아래 지하에는 거대한 용암 동굴(Lava tube)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달의 내부가 거의 식은 상태로 생각되지만, 달 역사의 초창기에는 활발한 화산 활동과 용암 분출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같은 사실은 현재 달 표면에 남아있는 다양한 화산 지형에 의해 확인된다. 심지어는 수십 억 년 전이 아니라 비교적 최근인 5,000만 년 전의 화산 활동의 증거가 발견된 적도 있다.
퍼듀대학의 연구팀은 달 표면의 용암 지형을 분석해 달 지하에 얼마나 큰 용암 동굴이 존재할 수 있는지를 분석했다. 지구에서의 연구를 통해 매우 거대한 크기의 용암 동굴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졌다. 따라서 과거에 달에 존재하는 용암 동굴에 대해서 논의가 오간 적은 있지만, 대략적인 크기를 추정할 만한 구체적인 연구는 부족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달 표면에 있는 대규모 용암 지형인 사행 열구(sinuous rilles)의 크기와 그 지하에 존재할 수 있는 용암 동굴의 크기를 분석했다. 이들에 의하면 달에는 폭이 10km도 넘는 거대한 사행 열구가 존재하는데, 용암 동굴의 크기도 그 정도까지 커질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큰 용암 동굴이 형성되면 자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질 수도 있다.
연구의 주저자인 퍼듀대학의 데이비드 블레어(David Blair)는 달의 지하에 용암 동굴이 생성되는 경우 어느 정도 크기까지 안정하게 있을 수 있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는 1km가 넘는 거대한 용암 동굴이라고 해도 만약 아치 형태라면 충분히 견고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형태와 동굴 주변의 지질 상태에 따라서는 아마도 5km 나 되는 거대한 크기도 가능할지 모른다는 것이 연구팀의 추산이다.
블레어의 설명에 의하면 이는 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므로 거대한 용암 동굴이 살아남기에는 더 적합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일단 지지해야 할 하중이 6분의 1로 줄어든다. 지구에서라면 문제 될 수도 있는 물에 의한 균열과 침식 작용도 달에서는 없다.
미래 달에 인류의 터전을 건설하게 된다면 이런 거대 동굴들은 도시를 건설할만한 크기의 안전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달에는 대기와 강력한 자기장이 없으므로 태양과 다른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와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하로 숨어드는 것이다.
물론 인류가 달에 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연구는 이론적인 추정일 뿐이지 실제 거대 용암 동굴의 존재를 입증해 보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미래 달 탐사에서 흥미로운 목표를 제시한 점은 분명하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