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가까운 미래에는 재난을 당한 인간의 구세주는 바퀴벌레가 될지도 모르겠다.
최근 미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캠퍼스 연구팀이 좁은 틈도 쉽게 통과하는 바퀴벌레 로봇을 개발해 관심을 끌고있다.
초소형 모터를 달고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이 로봇은 멀리서 보면 실제 바퀴벌레로 착각이 들만큼 생김새와 움직임이 닮았다. 이번에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기둥같은 좁은 틈을 로봇이 통과하는 능력이다. 바퀴벌레들은 좁은 틈만 있으면 몸을 이러저리 움직여 기어코 통과하지만 이같은 기술이 로봇에 적용되기는 어렵다.
과거 이 바퀴벌레 로봇 역시 좁은 틈을 통과하기 위해 이리저리 방향을 바꿔 움직이다가 결국 균형을 잃고 뒤집어졌다. 보통의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예 장애물을 우회하거나 추가 모터등을 달아 극복하려 하지만 이번 연구진의 생각은 달랐다.
실제 바퀴벌레 모습에 착안해 동그란 접시같은 장치를 로봇 등에 설치한 것. 효과는 만점이었다. 틈을 통과하다 뒤집어지던 과거와 달리 몇 번의 시도 끝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연구를 이끈 첸 리 박사는 "대다수의 로봇은 장애물이 나타나면 우회한다" 면서 "이를 위해서는 센서를 이용해 주위 환경을 파악해야 하는데, 수많은 장애물을 로봇이 파악해 새 경로를 짜기란 쉽지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개발은 간단한 아이디어 하나 만으로 디자인을 일부 변경해 얻어져 더욱 가치가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을 비롯한 각 나라 연구팀이 다른 로봇 중 유독 바퀴벌레에 집착하는 이유는 있다. 바퀴벌레처럼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이나 사이보그를 개발한다면 사람이 가기 힘든 방사능 오염지대, 재난 현장등을 수색하는데 있어 최고의 '요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달 전 텍사스 A&M 대학 연구팀은 살아있는 바퀴벌레를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일명 ‘사이보그 바퀴벌레’를 개발한 바 있다. 마치 로봇처럼 인간이 원격으로 살아있는 바퀴벌레를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이 기술은 안테나와 관련된 바퀴벌레 신경에 전극을 심어넣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또한 지난해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도 ‘사이보그 바퀴벌레’를 공개한 바 있다. 이 바퀴벌레는 소형 마이크로폰을 달고있어 소리가 나는 곳을 알아서 찾아간다. 일본 오사카 대학 역시 지난해 초 사이보그 바퀴벌레의 시발이 될 생체 연료전지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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