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보도돼 큰 반향을 일으킨 이 사건의 주인공은 3살 흑인 소녀 사마라. 이날 사마라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엘사 옷을 입고 엄마와 함께 디즈니 테마 어린이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수많은 아이와 부모들이 길게 줄을 선 탓에 2시간 넘게 기다렸지만 사마라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그 때, 충격적인 말이 뒤에서 들려왔다.
"엘사는 흑인이 아닌데 왜 네가 그 옷을 입고 있는거니?" (I don’t know why you‘re dressed up for because Queen Elsa isn’t black)
뒤에 서있던 한 성인 여성이 던진 폭언이었다. 여성과 함께 서있던 딸로 보이는 꼬마 소녀 역시 "넌 흑인이야, 못생겼어!" 라고 거들고 나섰다. 이같은 '말같지 않은 말'에 어린 사마라가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엄마 레이첼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다.
엄마 레이첼은 "사건 이후 사마라가 충격과 상처를 받아 학원가는 것을 거부할 정도였다" 면서 "어른도 모자라 이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인종차별을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세상에는 나쁜 어른들보다 좋은 어른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사건이 보도된 이후 호주 전역은 물론 전세계에서 사마라를 응원하는 편지와 메시지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말 사마라는 호주 출신 가수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으며 특히 얼마 전 사마라는 꿈에 그리던 엘사와 안나까지 실제로 만났다. 엄마 레이첼은 "아이가 모든 것을 얼음으로 만드는 엘사의 능력에 감탄한 것 같다" 며 웃음을 터뜨렸다.
또한 사마라는 현지에서 열리는 디즈니 아이스쇼에 초대돼 '여왕 자격'으로 신데델라를 만나기도 했다.
이처럼 주위의 노력으로 사마라의 '상처'는 거의 사라졌지만 아직 어른들이 할 일은 많이 남아있다. 엄마 레이첼은 "전세계에서 날아온 응원 메시지에 우리 모녀가 큰 감동을 받았다" 면서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확실히 '노!(NO)라고 말해야 한다. 다시는 이같은 일이 벌어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