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의 의사에는 일말의 관심도 두지 않는 고양이 특유의 도도한 태도는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도 항상 똑같았던 것일까? 2000년 전 만들어진 기와에 찍힌 앙증맞은 고양이 발자국이 공개돼 보는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디스커버리 뉴스 등 외신들은 30일(현지시간) 영국 글로스터 시티 박물관에서 발견된 로마시대 기와 한 장을 소개했다. 이 기와에는 주인이 미처 말리지 못한 틈에 고양이가 덜 마른 기와 반죽을 밟아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이 기와는 사실 1969년 대규모로 출토된 여러 기와들 사이에 함께 섞여 있었다. 그동안에는 발자국의 존재를 모르다가 최근에서야 유물을 정리하던 중 발자국을 새로 발견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물관 큐레이터 데이비드 라이스는 “출토 당시 고고학자들은 발굴을 진행하고 다른 유물을 살피느라 발자국을 알아보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라틴어로 테굴라(tegula)라고 일컫는 이 기왓장은 기원후 100년경에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 로마인들은 먼저 젖은 점토로 기와를 빚은 뒤 햇빛에 말리고, 이를 다시 불에 굽는 방식으로 기와를 만들어 냈다.
문제의 기와에 발자국을 낸 고양이는 마당에 널어놓은 덜 마른 기와 반죽을 밟고 지나갔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전에도 로마시대의 청소년이나 강아지가 실수로 밟아 자국을 남긴 기왓장이 간혹 발견됐었다. 라이스에 따르면 이번 발자국은 크기로 미루었을 때 야생고양이가 아니라 애완 고양이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글로스터 지역은 로마의 항구였고 많은 배가 정박했던 만큼 쥐가 많았을 것이다. 고양이를 키우면 도움이 됐으리라 본다”고 설명했다.
사진=ⓒ글로스터 박물관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