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 독일, 한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외골격(exoskeleton) 슈트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외골격 슈트란 신체 외부에 옷처럼 착용하는 기계장치의 일종으로 군사, 산업, 재활치료 많은 분야에 활용될 전망이다. 용도에 따라 조금씩 그 기능은 다르지만 사용자의 움직임을 보조하는 역할이라는 점에서 궁극적 본질은 동일하다.
그런데 이러한 일반적인 외골격 슈트의 목적과는 정 반대로 오로지 사용자에게 불편을 주기위해 만들어진 독특한 발명품이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12일(현지시간) ‘노화 체험’을 위해 만들어진 외골격 슈트 ‘R70i’를 소개했다.
이 제품은 미국의 보험회사 ‘젠워스’(Genworth)와 기술개발 기업 ‘어플라이드 마인즈’(Applied Minds)가 협력해 개발한 것이다. 젠워스는 노령이 되면서 겪는 불편함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이 같은 슈트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먼저 이 슈트는 노화에 따른 움직임의 제약을 재현할 수 있다. 슈트의 각 관절부분은 원격 조종 프로그램과 연동돼 사용자의 관절 움직임을 제한한다. 때문에 사용자는 일정 각도 이상으로 팔다리를 구부릴 수 없고, 움직이는 속도 또한 크게 줄어든다. 사용자는 이를 통해 관절염이나 근육손실 등에 따른 불편함을 깨닫게 된다.
노령에 따른 또 다른 대표적 불편사항 중 하나는 바로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다. R70i 헬멧에 내장된 헤드셋은 꾸준한 소음을 내 이명에 의한 청력 저하를 재현할 수 있다.
시력 저하 또한 노인들이 일반적으로 겪는 큰 문제 중 하나다. 각종 시력 감퇴 증상을 재현하기 위해 이들은 증강현실 기술을 사용했다. 증강현실 기술이란 카메라가 찍은 화면에 실시간으로 가상의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통해 R70i는 사용자가 보는 화면을 녹내장이나 백내장 등 시력이상 질병에 걸린 사람의 시각처럼 조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R70i는 착용한 사람의 간단한 손놀림마저 크게 방해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때문에 컵을 들거나 펜을 쓰는 등 지극히 단순한 작업조차 매우 힘든 일이 돼버린다.
브란 페런 어플라이드 마인즈 공동창업자는 “인간의 수명은 길어질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길어진 수명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R70i의 개발 취지를 밝혔다.
톰 맥일너니 젠워스 대표에 따르면 R70i의 또 다른 목표는 가족들과 함께 노후 대책에 대해 논의할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미래를 계획하기 위해서는 가족과 함께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그러나 사람들은 대부분 실제로 나이가 들기 전에는 노후의 불편에 대해서 대화하려 들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며 “R70i를 만들어 이러한 대화의 계기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개발자들은 또한 이 슈트를 미국 전역의 박람회 등에 전시시켜 노령화 추세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진토록 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사진=ⓒ젠워스/어플라이드 마인즈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