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시절의 연애라고 하면 오래 가지 못하는 단지 쓰라린 기억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10대 시절 겪은 연애 관계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미국의 과학자들이 밝혔다.
미국 덴버대 연구진이 16세 청소년 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9년간에 걸쳐 불안감이나 우울감, 비행 등의 심리적 경향을 관찰하는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
또한 연구진은 조사 대상자들이 연애하게 되면 연인과 서로 얼마나 깊이 의지하고 격려하며 동질감 등을 느끼는지 ‘관계의 질’도 조사했다.
이 밖에도 10대 시절 연애한 것이 성인이 된 이후의 ‘사회 심리적 적응 능력’(의사에 따라 자발적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분석했다.
그 결과, 연애하는 데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나이보다 관계의 질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적으로 볼 때 나이가 어릴수록 불안감이나 우울증 등을 겪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지만, 10대 시절에도 연인과 좋은 관계를 쌓은 사람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연애 관계에 있어 정신적인 문제를 겪을 확률이 낮았고 불안감이나 우울감, 약물 사용 등에도 잘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연구에서는 연애 횟수가 중요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연애하는 데 있어 정신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중요한 요인은 ‘관계의 질’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청소년기에 연애한 이들 가운데 좋은 관계를 구축했던 이들은 성인이 된 이후에 심리적으로 긍정적 발달을 촉진했다고 한다.
연구를 이끈 샬린 콜리비 박사과정학생은 “우리는 서로 지지하고 만족하는 ‘연애’ 관계가 단순한 ‘친구’ 관계보다 강한 사회 심리적 적응 능력에 묶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연구논문에서는 청소년 연인의 관계가 한결같이 길게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면서 부모나 보호자가 심리적인 작용을 생각하지 않고 성급하게 청소년들의 연애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아동발달학술지(journal Child Development) 최신호(8월 18일자)에 게재됐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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