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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인간이 개를 ‘멍청하게’ 만들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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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랜 세월동안 인간과 함께해온 동물인 개와 그 먼 친척뻘인 늑대. 비슷한 듯 다른 두 동물의 ‘문제해결 능력’ 차이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최근 미국 오레곤 주립대학교 연구팀에 의해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개의 인지능력이 늑대보다 뛰어나다?

개와 늑대의 문제 해결방식을 비교분석한 연구는 사실 과거에도 실행된 바 있다. 2003년 진행된 실험에서 과학자들은 상자를 열고 음식을 꺼내먹는 개와 늑대의 능력을 비교했었다.

이 실험에서 과학자들은 처음엔 잘 열리는 상자 속에 먹이를 두었다가 두 번째에는 상자를 완전히 잠그고 같은 실험을 반복했다.

그 결과 두 번째 시도에서 늑대들은 스스로의 힘으로는 열 수 없는 상자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상자를 열고자 노력한 반면, 개들은 약간의 시도 후 이내 상자 열기를 포기한 채 인간을 쳐다봄으로써 도와주길 유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일부 학자들은 이것이 개 특유의 뛰어난 인지능력, 그리고 인간과의 교감능력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해석했다. 늑대들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끝까지 시도한 것과 달리 개들은 자신에게 문제 해결 능력이 없다는 점을 금세 파악하고 인간의 협조를 능동적으로 이끌어 냈다는 것.

-각자 문제해결 방식이 다를 뿐

오레곤 주립대학의 모니크 우델은 그러나 개와 늑대들이 보여준 행동양식의 차이가 두 동물 간 우열 때문이 아니라 서로 생활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새로운 실험을 설계했다

우델이 설계한 실험은 종전의 실험과 거의 유사한 것이지만 한 가지 결정적 차이가 있다. 동물들에게 주어지는 상자가 완전히 잠기지 않아 다소의 노력을 들일 경우 끝내 열리게 돼있었던 것.

이 상자를 10마리의 애완견과 10마리의 유기견, 그리고 늑대 10마리에게 제시하고 실험을 진행한 결과, 늑대는 총 8마리가 상자열기에 성공한 반면 개는 1마리만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델은 “늑대들은 주어진 시간 전부를 퍼즐 풀이에 투자한 반면 개들은 노력을 거의 하지 않는 등 극명한 차이가 드러났다”고 설명한다. 그녀는 “도움을 줄 사람이 근처에 없을 때조차 개들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으며, 개들이 열성적으로 상자에 달려든 것은 오로지 인간이 개를 격려했을 경우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상자는 겨우 8개월 된 강아지가 열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것이었으므로, 개들이 상자열기를 포기하고 인간을 쳐다본 것은 그들이 상자퍼즐의 난이도를 빠르게 파악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지시와 도움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데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우델은 설명한다.

우델은 두 종의 생물이 그저 각자의 생활방식에 어울리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뿐이라고 결론지었다. 인간과 거의 교류하지 않는 늑대는 절실히 필요할 때만 인간의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 반면 오랜 세월 사육된 개의 경우 기본적으로 인간의 지시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인간 때문에 개가 멍청해졌다?

그러나 이번 실험 결과에 대한 색다른 해석을 제시하는 학자도 있다. 우델의 박사과정 지도교수였던 클라이브 와인 박사는 “예비연구에 참여한 8살짜리 강아지가 상자 열기에 성공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성견에 비해 어린 강아지는 인간의 지시에 덜 길들여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 주변에서 자란 개들은 스스로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음식을 구해 먹는 떠돌이 개였다면 실험 상자를 자신의 힘으로 열었을 것”이라며 “우리의 보살핌이 애완견들의 주체적 사고 능력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진=ⓒ모니크 우델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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