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동물에 대한 개인의 감정은 과거 경험했던 사건이나 평소 인식에 따라 서로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뱀에 대해서만큼은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공포나 혐오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뱀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 감정은 과연 인간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미디어와 교육 등에 의해 후천적으로 학습된 것일까? 디스커버리 채널은 최근 뱀에 대한 공포의 근원을 탐구하는 동영상을 자체 온라인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그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뱀 중에는 독을 지닌 종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 이들의 독은 혈액을 응고시키거나 신경계를 완전히 파괴해 버리는 등 끔찍한 치명성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러한 지식 없이도 뱀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많다. 뱀 공포증은 가장 흔한 공포증 중 하나로, 뱀을 직접 목격한 적이 전혀 없음에도 뱀 공포증을 가지는 사례도 있다.
디스커버리에 따르면 이는 진화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 초기 인류에게 뱀은 마주치기 쉬운 ‘천적’에 해당했으며 따라서 뱀을 잘 발견하거나 경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물들이 생존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는 것.
자연선택 과정에 의해 선조들의 이런 특성은 후손에게도 전해졌고, 그 결과 현생 인류는 뱀을 빠르게 인식하는 선천적 능력을 가지게 됐다. 이는 과거 여러 연구에 의해 증명된 바 있다.
일례로 한 연구에서 심리학자들은 개구리나 꽃 등 수많은 동식물 사진 사이에 뱀 사진을 섞어 성인 및 아이들에게 제시한 뒤 참가자들의 뱀 식별 능력을 측정해보았다. 이 실험에서 성인들은 물론 아직 뱀에 대한 공포를 학습했을 가능성이 낮은 어린 아이들까지 모두 뱀의 사진을 쉽게 찾아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지난 해 진행된 다른 연구에서도 이러한 이론을 뒷받침할 현상이 관찰됐다. 이 연구는 뱀 공포증이 없는 18세~31세 참가자 24명을 선정해 뱀에 대한 개인의 두뇌 반응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당시 연구팀은 참가자들에 여러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뇌전도검사(EGG)기술로 두뇌를 관찰했다. 그러자 뱀 사진을 보여줬을 때 뇌가 전반적으로 크게 활성화됐으며 특히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뇌 영역 활동이 월등히 강화되는 현상이 확인됐다.
이러한 연구는 모두 인간의 생존본능 속에 뱀을 빠르게 인식하고 기피하도록 만드는 요소가 내재됐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디스커버리는 비록 인간에 치명적 해를 가할 수 없는 뱀 종이 많다 하더라도 뱀에게 공포를 느끼는 것은 이처럼 진화학적으로 합당한 반응이라고 전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