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시절 ‘죽음의 위협’을 느낀 원숭이들은 그렇지 않은 새끼 원숭이에 비해 성장속도가 더 빠르다는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과 캘거리대학 공동연구진은 같은 시기에 같은 자연환경에서 태어난 원숭이라 할지라도, 무리를 지어 함께 생활하는 집단 내에 성체 수컷이 많을 경우 성장이 더 빠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영장목 긴꼬리원숭이과 포유류인 센털콜로부스(Ursine colobus) 종의 성장 과정 및 환경을 면밀하게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센털콜로부스는 머리부위에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털이 나 있으며 무리를 지어 저지대의 숲에서 주로 생활한다.
센털콜로부스 종의 새끼는 태어났을 당시 온 몸이 흰색 털로 뒤덮여 있는데, 생후 수 주가 지나면 털 색깔은 점차 회색으로 변했다가 생후 3~5개월이 되면 흰색과 검은색으로 완벽하게 분리된다. 새끼 센털콜로부스의 털 색깔 변화가 중요한 것은, 털 색깔이 변화하는 시기로 성장속도를 가늠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유독 빨리 흰색과 검은색으로 완벽하게 분리된 털을 갖는 새끼 센털콜로부스가 있으며, 이들은 성체 수컷으로부터 ‘죽음의 위협’을 느끼는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
동물 세계에서는 수컷이 짝짓기 시기가 되면 이미 다른 수컷의 새끼를 키우고 있는 암컷과 짝짓기를 하기 위해 새끼를 죽이는 경우가 있다. 다른 수컷의 새끼를 죽임으로서 암컷의 관심을 얻고 자신의 새끼를 낳게 하기 위함이다.
성체 동물이 새끼를 죽이는 일은 동물 세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원숭이뿐만 아니라 사자나 곰, 쥐와 같은 설치류들도 종종 자신의 생존을 위해 혹은 생존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될 때 새끼를 죽인다.
연구진은 같은 무리에 유독 성체 수컷이 많은 경우 새끼들은 본능적으로 죽음의 위협을 느끼며, 어미 역시 수컷에게 자신의 새끼가 공격당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새끼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어미의 노력 중 하나가 바로 새끼에게 더 많은 먹이를 섭취하게 해 성장을 촉진하는 것이다.
새끼가 많이 먹고 빨리 자라면 수컷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 것. 뿐만 아니라 이러한 집단에서는 새끼 수컷이 새끼 암컷에 비해 성장이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성체 수컷이 훗날 자신의 새끼와 ‘라이벌’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암컷 보다는 수컷에게 더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동물 사이에서 발생하는 유아살해(infanticide)의 현장은 매우 끔찍하다. 이러한 일이 자주 발생하는 집단은 특히 수컷 사이의 사회적 관계가 매우 민감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영국에서 발행되는 학술지인 ‘동물 행동학’(Animal Behaviour) 최신호에 게재됐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