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에 대한 관심이 극대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성향이 다른 사람들은 서로 정서적인 차원에서조차 근본적 차이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최근 호주 네브래스카대학교 링컨캠퍼스 연구팀은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사람들일수록 부정적 정보를 더 중시하는 성향인 ‘부정편향’(negativity bias)을 더 강하게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논문을 통해 밝혔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20가지 정치적 중대 현안에 대한 찬반의견을 물어 이들의 정치성향을 먼저 구분했다.
이후 이들에게 긍정적·중립적·부정적 이미지가 담긴 120장의 사진을 보여주며, 사진들을 최대한 많이 기억해둘 것을 지시했다. 그 다음엔 120개의 새로운 사진을 추가한 뒤, 전체 사진들 중에서 방금 봤던 사진들을 구분해 낼 것을 요구했다.
그 결과 보수적인 참가자들일수록 전쟁, 뱀, 동물사체 등의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를 상대적으로 더 잘 기억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로 가장 보수적이었던 참가자의 경우 부정적 이미지 중 91%를 기억했지만 긍정적 이미지는 80%만 기억하는 등 두 종류 이미지에 대한 기억력에 큰 편차를 보였다. 그러나 진보적 참가자는 부정적 이미지를 84%, 긍정적 이미지를 86% 만큼 기억해 기억력에 부정편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를 이끈 마크 밀스 연구원은 “개개인의 정서 처리과정을 서로 다르게 만드는 변수는 매우 많다”면서 “이번 연구의 부분적 목표는 개인 간의 이런 정서상의 차이가 각자의 정치사상과 얼마나 크게 관련돼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부정편향이 꼭 나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연구를 함께 이끈 케빈 스미스 정치과학 교수는 “긍정적 정보를 무시하면 삶 속에서 좋은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부정적 정보를 무시하면 자기 자신이 위험해지게 된다”면서 “따라서 인간이 부정편향을 가지는 데에는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가 어째서 각자의 직관이라는 측면에서조차 상호 차이를 가지는지 보여줬다”며 “두 부류의 사람들에겐 확연한 심리학적 차이가 있다”고 정리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뇌 행동연구’(Behavioural Brain Research)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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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