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와 레바논 접경지역인 자바다니 마을. 한 70대 노인이 병원에서 아들의 집으로 향하던 중 머리에 총상을 입고 쓰러졌다. 그는 정부군과 이를 돕는 헤즈볼라에 의해 포위된 자바다니 마을에 남은 마지막 의사였다.
의사 모하마드 쿠스는 지난 달 저격을 당해 사망했으나 그의 죽음은 계속되는 시리아의 원조 봉쇄의 심각성에 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고 AP 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UN에 따르면 5년 넘게 내전 중인 시리아에선 포위된 지역 내 수십 명의 사람들이 기아와 영양실조와 관련된 질병으로 인해 죽어가고 있으며 거의 50만 명에 이르는 거주민들이 포위 돼 갇혀 있지만 이중 30%만이 올해 구호물자를 받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거주민들이 정부군에 의해 포위당한 상태고 20만명 정도는 다에시(IS)에 붙잡혀 있다.
한 때 산악휴양지로 인기가 있던 자바다니 지역의 상황은 시리아 전역에서 시리아인들을 괴롭히고 있는 잔인한 현실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쿠스 의사는 내전에 휩싸이기 전엔 마을의 문화센터에서 시를 낭송하곤 했던 관대하고 실력 있는 외과의사였다. 보안부대가 2011년 반정부 시위대를 무참히 탄압하기 시작한 후 의사는 조용히 다친 시위대를 치료해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보안부대는 시위대를 치료한 의료진들을 추적하여 잡아냈으나 그는 붙잡히지 않았다.
2012년엔 반군과 공동 전선을 펴는 자유시리아군(FSA)이 정부군을 쫓아냈다. 3년 뒤 마지막 의사가 마을을 떠났을 때 쿠스 의사는 수술실을 지키기 위해 마을로 갔다.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비영리의료구호단체 ‘시리아•미국 의사회(SAMS)의 한 봉사자가 반군에게 쿠스 의사가 빈자리를 메우도록 설득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행하게도 이후 레바논 헤즈볼라가 정부군의 편에 서서 반군을 마을에서 격퇴시킴으로써 쿠스 의사는 가장 철저하게 포위된 지역 중 한 곳에 갇히게 됐다. 헤즈볼라는 마을 주변에 폭탄을 매설하고 저격수를 배치시켜 누구도 마을에 들어오거나 나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쿠스 의사는 500명이나 되는 환자들을 계속해서 치료해왔고 지난달 25일 길에서 머리에 총알이 박힌 채 쓰러진 상태로 발견됐다. 병원 관계자는 통신과 인터뷰에서 정부나 헤즈볼라 저격수에 의해 사살됐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가 사망하고 며칠 후 총상을 입은 환자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사가 없어 그가 고통속에 죽어가는 걸 지켜봐야 했다고 덧붙였다.
윤나래 중동통신원 ekfzhawodd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