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의 횡포에 맞서 지루한 투쟁을 벌인 끝에 삶의 터전을 지켜낸 여성농민이 '환경분야의 노벨상'으로 통하는 골드만 환경상을 수상하며 뒤늦게 중남미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페루 카하마르카에서 감자농사를 짓고 있는 막시카 아쿠냐(47).
아쿠냐는 렝 욱(캄보디아), 데스티니 왓포드(미국), 에드워드 루르(탄자니아), 루이스 호르헤 리베라 에레라(푸에르토리코), 수사나 카푸토바(슬로바키아) 등과 함께 18일(현지시간) 올해의 골드만 환경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평범한 농부였던 아쿠냐가 투쟁을 시작한 건 2011년 삶의 터전인 자택과 감자밭 주변에 '콩가 프로젝트'로 명명된 금광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다.
페루의 광산기업 부에나벤투라와 손을 잡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 뉴몬트는 채굴을 사업을 시작한다면서 아쿠냐에게 이사를 요구했다.
이사라고 했지만 작은 땅에 감자를 심고 소와 양을 기르며 사는 아쿠냐에겐 생계를 접으라는 얘기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꼼꼼히 살펴보니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엄청난 환경 훼손을 담보로 한 금 캐기였다.
특히 아쿠냐가 주목한 건 금광 개발을 위해 호수를 없앤다는 내용이다.
'콩가 프로젝트'엔 아술호수 등 모두 4개 호수의 물을 퍼내고 1개 호수는 쓰레기매립지로 만든다는 계획이 담겨져 있었다. 아술호수는 5개 분지와 생물학적 다양성으로 유명한 카하마르카 습지에 물을 대는 공급처다.
아쿠냐는 합법적으로 취득한 토지와 자택의 재산권을 지켜달라며 2011년 지방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기업의 로비를 이겨내긴 역부족이었다.
지방법원은 "합법적으로 부동산을 취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황당한 판결을 내리고 아쿠냐에게 징역 3년과 벌금 2000달러(약 220만원)을 선고했다.
2000달러는 가난한 페루 농부에겐 평생 모으기 힘든 거액이다.
아쿠냐는 환경단체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환경단체는 선뜻 아쿠냐의 손을 잡아주며 중앙법원에 항소심을 제기하도록 지원했다.
지루한 법정투쟁이 아쿠냐의 승소로 마감된 건 2014년 12월. 중앙법원은 "합법적으로 취득한 사유지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를 기업이 쫓아낼 수는 없다"며 아쿠냐의 손을 들어줬다.
중앙법원은 지방법원이 내린 징역형과 벌금형에 대해서도 모두 무효를 선언하고 심각한 환경훼손을 전제로 한 '콩가 프로젝트'에는 진행불가 명령을 내렸다.
법적으론 완벽한 아쿠냐의 승리였지만 기업의 횡포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뉴몬트와 부에나벤투라는 아쿠냐의 토지 주변에 철조망을 둘러쳤다. 지금도 기업은 아쿠냐의 농지를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아쿠냐가 조금이라도 농사를 확대하면 바로 시비를 걸기 위해서다.
현지 언론은 "아쿠냐에 대한 기업의 위협이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면서 "환경을 지키려는 아쿠냐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사진=바이오디베르시다드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