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체르노빌 30주년…사람들 떠난 곳, 동물이 터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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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4월 26일 오후 1시 23분. 옛 소련 키예프시에서 남쪽으로 130km 떨어진 지점에 있던 체르노빌 핵발전소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과 함께 발전소 4대의 원자로 역시 터졌고, 방사능 가스와 물질은 4.5km 높이까지 치솟았다.

여느 토요일 주말과 같은 일상 속 하루였지만, 인류에게는 마치 '심판의 날'인 듯 처참한 결과를 남기고 말았다. 160톤의 방사능이 대기로 유출됐고, 수십 만명의 사상자가 생겼고, 그 재앙의 후유증은 현재까지 이어지며 집계가 불가능할 정도의 수준이다.

올해로 꼬박 30년을 맞은 인류사상 최악·최대의 원전사고,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누출 사고다.

사고 반경 30km 이내는 절대적인 출입금지구역(CEZ)으로 지정됐다. 더이상 어떤 생명도 기약할 수 없는 '죽음의 땅'임을 알린 것이다.

그러나 30년의 시간이 흐르며 죽음과 재앙의 폐허에도 또다른 생명들이 뿌리를 내렸다.

최근 미국 조지아 대학 사바나 리버 생태학 연구소(Savannah River Ecology Laboratory)측은 CEZ가 야생동물들로 북적인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5주 동안 30대의 카메라를 CEZ 94개 지점에 설치해 관찰한 결과, 총 14종의 포유동물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중 회색늑대(gray wolf)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이외에 여우와 라쿤, 사슴, 멧돼지 등이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2년 전 연구에서는 한가하게 어슬렁거리는 곰을 발견하기도 했다.

문제는 그들 역시 방사능의 심각한 피해를 입었으리라는 상식적인 추론이다.

이미 체르노빌 지역 근처에서 기형적인 외양을 가진 생명체들이 잇따라 발견돼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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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4년 전 몸길이가 약 2m에 이르는 거대 메기가 우크라이나 흑해로 이어지는 드네프르강 상류 지류인 프리피아트강(江)에서 낚시꾼에게 잡혔다. 또 진위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온몸에 돌기가 돋아있는 개 만한 크기의 거대 쥐 사진이 인터넷 공간을 떠돌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야생동물 입장에서는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 '인간'이 없다는 점은 그 죽음의 공간 마저 '천국'과도 같은 셈일 테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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