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다운증후군 딸의 낙태를 권한 의사에게 쓴 공개편지

작성 2016.06.09 15:56 ㅣ 수정 2016.06.0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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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미가 큰 언니 라이언(오른쪽), 둘째 언니 에빈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파커마이스닷컴


의사는 낙태를 권했다. 뱃속 아이에게 다운증후군 진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비엄마 커트니 베이커와 그의 남편은 고심 끝에 숱한 어려움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마음으로 아이를 낳기로 했다. 베이커의 셋째 딸 에머슨(에미)은 그렇게 세상의 빛을 보게 됐고, 세상의 신비로움과 존재의 행복감을 15개월 째 맛보고 있다.

베이커는 지난달 그에게 낙태를 권했던 의사에게 편지를 썼다. 다운증후군 아이들의 삶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커뮤니티사이트인 파커마일스닷컴은 8일(현지시간) 베이커가 1년 반 전 낙태를 강권했던 의사에게 공개적으로 쓴 편지를 전했다.

베이커에게는 두 딸이 있다. 15살 라이언, 11살 에빈은 새로 생긴 동생에 흠뻑 빠져있다.

두 언니들은 "에미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어떤 걱정이나 슬픔을 느낄 겨를도 없이 웃음과 기쁨 뿐이었다"면서 "차분한 성격의 큰 언니와 활달한 둘째 언니, 그리고 막내는 환상적으로 어울리는 세 자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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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 에미를 안고 있는 베이커.
사진=파커마일스닷컴


베이커는 편지를 통해 '이 아이가 바로 제 딸 에미입니다. 당신이 세상에 나와서는 안된다고 말했던 아이죠. 여러 차례에 걸쳐 아이를 지울 것을 권하셨죠.저와 이 아이의 삶은 비참할 것이라고 하면서 말이죠.'라고 편지를 썼다. 그리고 여러 차례에 걸쳐 '(세상의 모든)아이는 완벽하다'고 강조했다.


베이커는 "그 전문의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고, 그의 잘못을 입증하기 위해서 이렇게 편지라도 써야만 했다"고 말했다.

공개편지를 받은 산부인과 의사는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할 따름이다.



아래는 공개편지의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최근에 제 친구가 자신의 얘기를 들려줬어요. 그 친구가 임신했을 때 뱃속 아이가 다운증후군 진단을 받았답니다. 하지만 의사는 "아이는 완벽합니다."라고 격려해줬죠. 실제 출산 뒤에 다시 그 의사를 찾아갔을 때 이렇게 말했답니다. "제가 말했죠? 아이는 완벽하다고요."

그 얘기를 듣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겪어야만 했던 경험이었으니까요. 선생 님 역시 '그때' 그렇게 했어야만 했습니다.

저는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절망과 불안,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을 때 선생님을 찾아갔었죠. 다운증후군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그것이 선생님을 찾아간 이유였고요. 그러나 위로와 격려 대신 선생님은 대뜸 낙태를 권했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지어준 이름까지 얘기해줬지만, 선생님은 다운증후군 아이를 기르는 삶이 얼마나 비참한지에 대해 아는지만 물어보셨죠.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출산 결정을 다시 생각해보라는 말만 했고요.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은 바로 선생님이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제 아이는 완벽합니다.

저는 화를 내는 게 아닙니다. 그저 몹시 슬플 따름이죠. 선생님이 매일 일하면서 만나게 될 그 작은 생명체의 콩닥거리는 심장의 박동소리가 선생님에게 어떠한 경외감도 주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입니다.또한 그 작으면서도 기적과도 같은 아이의 손가락, 발가락, 눈, 귀 등이 선생님에게 잠시 멈추도록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슬픈 것이고요. 무엇보다 다운증후군에 걸린 아이를 키우는 게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말을 하는 게 얼마나 잘못됐음을 알기에 슬프고 또 슬픈 것입니다. 아마 선생님은 오늘도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하고 있겠죠?

선생님이 지금 보시는 이 아이, 에미는 우리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줄 뿐 아니라 셀 수 없이 많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에미는 우리에게 삶의 기쁨과 목적, 더 큰 웃음. 이제껏 한 번도 겪지 못했던 달콤한 키스를 해줍니다. 그리고 진정한 아름다움과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해줬습니다.

그래서 어떤 엄마들도 제가 겪었던 불행한 한때의 감정을 겪지 않도록 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선생님 역시 진정한 아름다움과 사랑에 눈을 뜨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다음번에 다시 다운증후군 아이를 가진 엄마를 만났을 때 꼭 진실을 말해주면서 이렇게 말해주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아이는 완벽합니다."라고요.

사진=파커마일스닷컴

방승언기자 earn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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