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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 지구촌] 브라질에 베네수엘라 노숙인 급증…도피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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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국기가 나란히 서서 펄럭거리고 있는 국경. (자료사진)


베네수엘아 출신인 사이렐리스 리오스(여·20)는 가로수에 매단 해먹(그물침대)이 그의 집이다. 비라도 내리면 고스란히 젖을 수밖에 없는 노숙인 신세지만 그래도 그는 지금이 행복하다. 꿈이 있어서다.

리오스는 번역가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엄마와 함께 얼마 전 국경을 넘어 브라질 땅을 밟았다.

그는 브라질 북부도시 보아비스타의 버스터미널 맞은편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 일용직으로 근근이 입에 풀칠을 하고 있지만 꿈을 이뤄보겠다는 생각에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리오스는 "(나를 노숙인으로 만든 건) 베네수엘라 혁명의 실패"라며 "정책의 연쇄적 실패가 나를 외국으로, 길로 몰아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브라질에 베네수엘라 출신 노숙인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 노숙인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는 도시는 보아비스타. 브라질 북부 호라이마주의 주도이기도 한 보아비스타에서 노숙을 하는 베네수엘라 주민은 최소한 2500명으로 추정된다.

카라카스, 바르키시메토, 메리다 등 고향은 각각이지만 노숙인들이 국경을 넘은 이유는 같다. "배고픔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직업군인부터 택시기사에 이르기까지 노숙인들이 국경을 넘기 전 가졌던 직업은 다양하다.

베네수엘라 중간장교 출신인 빅토르 소토는 "조국이 의약품과 식량만 부족한 게 아니라 이젠 희망도 없는 나라가 됐다"며 "노숙을 해도 브라질이 훨씬 좋다"고 말했다.

택시기사로 일했다는 한 남자는 "자동차부품도 떨어지고 배터리, 타이어도 구하지 못하게 되면서 택시 일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일용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베네수엘라 노숙인들은 브라질 당국의 따뜻한 배려에 마음만은 훈훈하다.

보아비스타는 베네수엘라 노숙인들에게 급식을 실시하는 한편 취업도 알선하고 있다.

포르투갈어를 모르는 베네수엘라 노숙인들을 위해 언어교육도 준비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노숙인 중에는 프리랜서 전문인, 교사, 미용사 등 능력 있는 사람이 많다"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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