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태어난 딸을 위해 성(姓)을 바꾼 축구선수의 부성애가 화제다.
아르헨티나 4부 리그에서 뛰고 있는 디에고 델오르토가 그 주인공. 델오르토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성을 바꿀 만한 이유가 있다"는 판결을 받았다.
그래서 새로 갖게 된 성은 어머니의 성인 아얄라다. 디에고 아얄라라는 새 이름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그는 "이젠 딸을 걱정하지 않게 돼 안심"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디에고 아얄라는 축구선수로 뛰면서 지금까지 성 때문에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
이탈리아어로 '델오르토'는 '채소밭'라는 의미의 평범한 성이지만 아르헨티나에서 사용되는 스페인어로는 '엉덩이'라는 의미를 갖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경기에 부진하거나 팀이 패하면 그는 팬들의 단골 놀림감이 됐다.
팬들은 "엉덩이가 무거워 뛰지 못하는 선수다. 당장 빼라" "오늘도 '엉덩이' 때문에 경기에서 졌다"는 등 분풀이를 하듯 디에고 아얄라를 놀려댔다.
그는 묵묵히 조롱을 감수했지만 딸이 태어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그래도 자신은 남자라 지금까지 견디어냈지만 여자에게 '엉덩이'이라는 의미의 성은 평생 부담이 될 것 같았다. 학교에 가면 집단 따돌림 등 괴롭힘을 당할 수 있을 것 같아 밤잠을 이루기 힘들었다.
그는 법원에 "발음은 같지만 의미가 다른 외국 성을 버리겠다"면서 소송을 냈다. 그러면서 그는 "물려받은 아버지의 성 대신 어머니의 성을 쓸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법원은 축구선수로 뛰면서 줄곧 성 때문에 놀림감이 된 그의 사정을 확인하고 성 변경을 허용했다.
그는 "(나 자신이야) 놀림과 욕설을 견디면서 살았지만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면서 "딸이 놀림을 받지 않게 됐다고 생각하니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사진=라나시온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