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으로 8일 오전 0시 미 동부 뉴햄프셔주에서부터 시작되는 미 대통령 선거. 미 국민 모두가 당연히 땅에 발을 딛고 투표에 나서지만 예외인 사람도 있다.
지난 7일 미 항공우주국(NASA)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물고 있는 우주비행사 쉐인 킴브로가 이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고 밝혔다.
현지에서 '우주 투표'(Space voting)라고 부르는 우주인의 투표는 법과 기술적 절차가 생각보다 까다롭다. 먼저 우주인의 투표가 연방법으로 허용된 것은 지난 1997년으로 관할은 텍사스주다. 이곳이 선거를 관할하는 이유는 NASA의 존슨 스페이스 센터가 위치해 있기 때문.
우주인의 투표 준비는 우주로 나가기 1년 전 시작된다. 먼저 우주인은 임무 기간 중 선거가 있을 경우 지역/주/연방 선거 참여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또 발사 6개월 전 정해진 양식에 따라 부재자 신고를 하는 것은 필수. 이후 투표가 시작되면 우주인은 e메일로 용지를 받아 기표한 뒤 NASA의 위성 시스템을 이용해 텍사스주 선거국에 전달한다.
우리나라로서는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최초로 우주 투표를 한 사람은 지난 1997년 텍사스 시장 경선에 참여한 데이비드 울프(아래 사진)다. 그는 애틀란티스호를 타고 도킹한 러시아 미루 우주정거장에서 역사적인 투표를 하며 "외국에서 부재자 투표를 하는 기분"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이후 NASA의 우주인들은 줄기차게 ISS에서 투표를 이어갔으며 지난 2004년 리로이 차오는 최초의 미 대통령 선거 투표자가 됐다.
NASA 측은 "우주인들은 지상에서처럼 줄서서 투표할 필요가 없다"면서 "한가지 단점은 '투표했다'는 스티커를 받지 못하는 것 뿐"이라는 익살스러운 촌평을 전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