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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식의 문화유랑기] ​’목포의 눈물’ 노래비, 가사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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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난영.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불우한 성장기를 보냈다. 그리고 19세 노래 한 곡으로 일약 국민적 가수가 됐다.


삼학도 파도 깊이 '숨어드는데'? VS '스며드는데'?

우리나라 가요 100년사에서 명곡 반열에 오른 노래도 많지만, 그 중 '목포의 눈물'처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노래도 드물 것이다. 많은 사랑을 받는 만큼 얽혀 있는 사연 또한 많은 곡이다.

이 노래의 가사는 193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의 가요가사 부문 당선작으로, 작가는 목포 출신의 20살 청년 문일석(文一石)이라 한다.

작곡은 손목인, 노래를 부른 가수는 역시 목포 출신의 이난영으로, 1935년 19살 때 이 노래를 불러 일약 가수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이 노래의 첫 소절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면~'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어보면, 노래를 부르기 이전에 이미 많은 슬픔과 눈물이 있었음을 느끼게 해준다. '가시리 가시리잇고..'로 시작되는 고려가요 '가시리'의 1절을 방불케 한다. 노래는 긴 슬픔과 눈물 이후에 비로소 시작되는 느낌이다.


그 다음 '삼학도 파도 깊이~'로 넘어가는 목소리는 겨울 햇살처럼 잠기고 더없이 애조 띤 음색이다.

문제는 그 다음 소절의 가사다. 자료마다, 악보마다, 노래비마다 각기 다르니,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이토록 유명한 노래에 잘못된 가사가 버젓이 여기저기 자리잡고 있다니, 불가사의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간단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민족대백과:삼학도 파도 깊이 숨어드는 때

-이난영공원 노래비: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유달산 목포의 눈물 노래비: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문화콘텐츠닷컴:삼학도 파도 깊이 숨어드는데

요컨대, '스며드는데'냐, '숨어드는데'냐로 엇갈리고 있다. ​

둘 다 맞을 것도 같지만, '스며드는데'가 아무래도 어법상 좀 어색하다. 파도가 높이 칠 때 그리 크지 않는 섬은 파도에 가려서 자취가 사라지기도 한다. 삼학도가 아마 그런 모양이다. 그럴 경우 아무래도 숨어드는데가 더 나은 표현이 아닐까 싶다.

어떤 것이 정답이냐 하는 것은 바로 증명될 수 있다. 이난영 육성의 노래를 들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는 이 노래를 골백 번도 더 불렀을 테고, 가사에 한 점 오류가 있을 수 없겠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난영의 노래를 주의 깊게 들어본 결과, '삼학도 파도 깊이 숨어드는데'가 정답이었다.

그렇다면 각 자료와 노래비에 잘못 들어얹은 가사는 빨리 수정되어야 한다. 잘못된 가사를 반세기 넘게 버젓이 노래비에그대로 둔다는 것은 그 노래나 가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

우리 가요사에서 영원한 명곡인 '목포의 눈물'. 살짝 어눌한 듯 혀 짧은 소리가 나는 이난영의 이 노래는 그래서 오히려 청초한 아마추어 같은 신선함으로 노래의 정조를 더욱 고양시키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이난영 이후에도 내로라하는 수많은 가수들이 나와 이 노래를 불렀건만 아직까지 이난영을 능가하는 목포의 눈물은 나오지 못한 것 같다. 가장 한국적인 정조를 절실히 노래해낸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이야말로 한국 가요의 영원한 명작이라 하겠다. ​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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