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지하철역에 지친 어른들의 시름을 덜어주는 ‘꼬마 상담사’가 나타나 시민들의 열띤 호응을 얻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현지 언론들은 지난 2달간 매주 뉴욕 브루클린 베드포드 L 지하철역에서 작은 ‘심리상담소’를 운영해 온 11살 소년 시로 오르티즈를 소개했다.
오르티즈의 ‘사무실’은 의자 두 개와 작은 접이식 테이블로 이루어져 있다. 상담시간은 5분, 상담료는 2달러이며 상담 주제에는 제한이 없다.
오르티즈가 상담을 처음 시작한 것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이후의 일이다. 이 경험을 통해 오르티즈는 하루 2시간씩 다른 이들을 상담해줘야겠다는 결심을 내렸다.
오르티즈가 건네는 조언은 단순하지만 나름의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아내가 돌연 채식주의를 선언했다는 이유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한 부부에게 ‘아내는 남편이 고기를 먹는다고 해서 화를 내진 않았다’는 점을 지적해주기도 했다.
‘고객’들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다. 한 고객은 상담 후 오르티즈의 부모를 직접 찾아와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오르티즈의 아버지 아담은 “그 여성은 스스로가 속으로만 느끼고 있던 심정을 오르티즈가 잘 짚어줬다며 감사를 표했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많은 시민들이 오르티즈의 상담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공유하면서 스스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뛰어난 오르티즈의 상담 능력은 부모의 사려 깊은 평소 가르침 덕분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오르티즈는 “부모님은 항상 타인을 친절하게 대하고 자기 열정을 좇아 살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아담은 “오르티즈는 언제나 또래보다 성숙한 아이였다”며 아들을 향한 자랑스러운 심정을 밝혔다.
오르티즈는 심리 상담이 “돈을 벎과 동시에 봉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오르티즈의 하루 최대 수익은 50달러 정도이며 오르티즈는 이 돈의 상당량을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의 간식을 사주는 등 다른 이에게 베푸는 데 사용하고 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