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색과 똑같은 분홍색 옷차림의 어린 소녀가 수심에 잠긴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한다. 얼굴 사진 밑에는 “소녀가 되면 가장 좋은 점은 더 이상 소년인 척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내년 1월 표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주인공은 캔자스시티 출신의 9살 소녀 에이버리 잭슨. 그가 사회적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변화의 움직임에 갈채를 보낸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동 학대를 옹호한다면 비난하는 이들도 있다. 대체로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행동이 용기 있다거나 역사적인 시도라며 칭찬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들이다. 미국의 성소수자(LGBT) 옹호단체는 에이버리를 직접적으로 응원했다.
편집장인 수잔 골드버그는 “표지가 소셜 미디어 공간에 모습을 드러낸 후부터 자긍심과 감사의 표현부터 극도의 분노까지 수천 명의 사람들이 나름대로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에이버리가 성을 둘러싼 복잡한 이야기들을 잘 담아낼 수 있다”며 “그녀가 ‘성 혁명’을 압축해서 보여줄 것이라고 단번에 생각했다”고 말했다.
태어날 때 에이버리의 생물학적 성은 남자였지만 5살이 되던 해부터 소녀로 지내왔다. 그는 임상심리학자와 나눈 대화에서 6살에 이미 자신을 소녀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보통 성별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은 약 3~6세에 굳어진다.
미국 정신의학회는 “에이버리는 꽤 희귀한 경우이긴 하지만 아이들은 누구나 성정체성 혼란을 경험할 수 있다”며 "심한 불안감, 고정된 성 역할과의 충돌, 개인의 정체성과 같은 문제들이 이에 속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 나이의 아이들은 결정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아이들이 선호하는 성별에 따라 옷을 입거나 화장실을 사용할 때, 부모들은 아이들의 성사회적 과도기를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한다”고 전했다.
1월 특별호의 주제는 급변하는 성별에 대한 신념이다. 과학적, 사회적인 체계와 역사적 문명의 시선에서 이를 다룰 예정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트렌스젠더 모델을 표지에 노출시키는 것은 처음이지만, 31년전 초록색 눈의 아프간 난민 소녀 사진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은 적이 있다.
사진 = National Geographic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