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병에 10만원이 넘는 생수, 금(金)이라도 든 것일까?
미국에서 판매 중이며 3월부터는 영국에서도 판매될 예정인 이 생수는 일명 ‘아이스버그 워터’라고 부른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빙산을 이용해 만든 생수다.
이 생수는 북극해에 있는 노르웨이령 제도인 스발바르 제도에 있는 빙산에서 ‘수확’한 물이다. 스발바르 제도는 ‘씨앗 저장소’로도 유명하다. 스발바르 제도의 스피츠베르겐 섬에 있는 이 씨앗저장소는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등 각종 위기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다양한 곡물 종자를 보관하는 곳으로, 2004년 UN이 설립한 세계곡물다양성재단(GCDT)이 운영하고 있다.
생수를 제작하는 업체에 따르면, 1년에 단 두 번만 스발바르 제도에서 취수하며,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생수의 양은 1만 3000병에 ‘불과’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한 곳에 있는 빙산을 녹여 만든 물이라는 사실이 이 생수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이러한 희소성 때문에 750㎖ 되는 생수 한 병의 가격은 80파운드(약 11만 4100원)에 달한다.
고가의 이 생수는 미국에너지연구기관(PFC)의 에너지 애널리스트로 일한 경험이 있는 자말 큐레시의 회사 ‘스발바디’에서 만들었다. 노르웨이 출신의 미국인인 자말 큐레시는 2013년 스발바르 제도로 여행을 떠났다가 아내에게 줄 선물로 빙산을 녹인 물을 가지고 왔는데, 이것이 빙산생수 사업의 시초가 됐다.
할리우드 스타인 맷 데이먼도 이 생수의 팬으로 알려져 있는데, 오는 3월 시판을 앞둔 영국 분위기는 이 물처럼 맑지만은 않다. 가장 친환경적인 곳에서 가져온,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생수가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예컨대 빙하는 북극곰들이 사냥을 할 때 반드시 필요한 도구 중 하나다. 스발바디 업체가 취수를 위해 파괴하는 빙산이 북극곰의 멸종을 앞당길 수 있다. 빠른 속도로 빙하와 빙산이 녹고 있어 문제인데, 이러한 업체의 성공이 더 많은 빙산과 빙하의 파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생수 업계로부터 발생되는 쓰레기 때문에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해당 업체 측은 “우리는 북극곰이 더 이상 사냥에 쓸 수 없을 만큼 많이 녹아버린 빙산에서만 취수한다”고 해명했지만 시판 이전까지 논란은 한동안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