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돼지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바하마에서 미스터리한 ‘돼지 죽음 사건’이 벌어졌다.
중앙아메리카 쿠바 북동쪽 카리브해에 있는 영국 연방의 섬나라 바하마에는 돼지들만 서식하는 무인도가 있다. 일명 ‘피그섬’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에서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에메랄드 빛 바다에서 유유자적 헤엄을 치는 돼지의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섬 근처의 유명 리조트들은 배에 탄 채 돼지들이 사는 섬을 구경하는 상품 또는 이들 돼지와 함께 헤엄칠 수 있는 상품 등을 개발해 소비자들을 유혹해 왔다.
하지만 지난 몇 주간 바하마섬에서 돼지 7마리가 연이어 죽은 채 발견되면서 전문가들의 조사가 시작됐다. 바하마 동물보호단체가 조사에 나섰지만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다만 독성이 있는 무언가를 먹고 죽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조사를 진행한 동물보호단체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바하마 돼지들은 독이 든 풀을 먹은 적이 없었다. 누군가 일부러 독이 든 무언가를 먹였을 가능성이 있는데, 누가 이런 사랑스러운 동물에게 끔찍한 짓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웨이디 닉슨이라는바하마 남성은 돼지들의 죽음이 몰지각한 관광객 때문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딕슨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 당시 전 세계가 다가올 Y2K(컴퓨터가 2000년 이후의 연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든 일이 마비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현상)의 불안에 사로잡혀 있을 때, 자신 역시 이러한 우려 때문에 암퇘지 4마리와 수퇘지 1마리를 이 섬에 풀어놨다고 주장했다.
도시에서의 생활이 마비됐을 때 이 섬에서 돼지를 식량으로 삼으려 했는데, 이후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유명 관광지가 됐다는 것. 문제는 이곳이 유명세를 타면서 몰려든 일부 관광객들이 돼지에게 맥주같은 술을 주거나 돼지 위에 올라타는 등 옳지 않은 행동을 했기 때문에 돼지들이 죽어나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돼지들이 관광객들로부터 잘못된 음식을 받아먹었다”면서 “현재 이 섬에 남아있는 돼지는 15마리 정도 되며, 갈수록 그 수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동물보호단체는 정확한 원인 조사를 위해 바닷물을 채취해 정밀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