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긴 뿔이 난 특이한 모습의 고래가 있다. 바로 ‘바다의 유니콘’ 이라고도 불리는 세계적인 희귀종 일각고래다.
최근 캐나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 연구팀은 일각고래의 뿔은 대구 등 먹잇감을 기절시키는 용도로 사용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마치 전설 속의 유니콘을 연상시키는 일각고래의 뿔은 사실 돌출한 엄니(송곳니 또는 앞니가 길고 커져서 입 밖으로 돌출한 이빨)다.
그간 학계의 관심은 이 뿔의 용도가 정확히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이에 암컷 유혹용, 먹이 찾기용, 일종의 네비게이션 등 다양한 주장이 제기돼왔다.
이번에 연구팀은 캐나다 북부에 위치한 누나부트 해상에서 드론을 통해 흥미로운 일각고래의 모습을 포착하는데 성공했다.
영상을 보면 일각고래는 긴 뿔을 사용해 먹잇감인 북극 대구를 툭 쳐 기절시킨다. 곧 쉽게 먹잇감을 잡아먹기 위한 사냥용으로 뿔을 사용하는 것.
연구에 참여한 브랜든 라포레스트 박사는 "일각고래의 신비한 뿔은 최대 2.7m까지 자라난다"면서 "실제로 뿔이 사냥에 이용되는 장면이 촬영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도 일각고래는 뿔을 여러 용도로 사용할 것"이라면서 "세대와 세대를 거친 오랜 시간 속에서 현재의 모습으로 진화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고래의 뿔이 주로 암컷을 유혹하는 용도로 사용된다는 재미있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 2014년 캐나다 매니토바 대학 연구팀은 일각고래의 뿔과 고환의 길이가 정비례한다는 재미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트리시 C. 켈리 박사는 “뿔과 고환의 크기가 서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번식 능력과도 연결된다”면서 “수컷은 자신의 거대한 엄니를 자랑해 암컷을 유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일각고래는 몸길이 4~5m, 몸무게 0.8~1.6톤에 달하는 중형 고래로 전 세계에 5만~8만 마리가 분포하며 대부분 북극과 인접한 캐나다 북부에 서식한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