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이 금지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 여성이 운전 중 체포됐다.
6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BBC 등 해외언론은 여성 인권운동가 로우자인 알-하틀로울(27)이 킹파드국제공항에서 운전 중 체포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알-하틀로울이 체포된 것은 지난 4일로 현재 변호인이나 가족 접견이 불허된 상태로 전해졌다.
체포된 알-하틀로울은 사우디에서의 여성 인권 탄압을 고발해 온 유명인사다. 사우디의 여성 운전 금지 반대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그녀는 2014년 11월 UAE에서 출발해 사우디로 차를 몰고 국경을 넘으려다 국경검문소 수비대에 체포돼 73일 간 구금됐다. 당시 알-하틀로울은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생생히 촬영해 사우디 여성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전세계에 고발했다.
알-하틀로울의 체포 소식이 알려지자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는 "알-하틀로울이 터무니없고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체포됐다. 즉각 조건없이 석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사우디 내의 여성 차별은 국제사회의 악명이 자자할 만큼 유명하다. 사우디 여성들은 학교와 직장을 구하거나 해외 여행을 갈 때도 집안의 아버지, 남편 등 남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논란인 된 여성 운전의 경우에는 이를 법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다만 정부가 여성에게 운전 면허증을 발급해 주지 않음으로써 여성이 운전하는 것을 막고 있다. 이 때문에 오랜시간 사우디 여성들은 자유롭게 운전을 하게 해달라는 운동과 시위를 펼쳐왔다.
그러나 최근 몇년 사이 이같은 사회 분위기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사우디 전 교육부 장관이었던 파이살 빈 압둘라 왕자는 "곧 여성도 운전하게 될 것"이라면서 "여성이 사회를 이끌어가기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