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사제 마네킹이 지키는 타운이 얼마나 안전할 수 있을까?
경비업체 직원이 자기 대신 마네킹을 자리에 앉히고 밖으로 돌아다니다가 덜미를 잡혔다. 코미디 같은 사건이 벌어진 곳은 칠레의 한 전원주택타운. 파드레우르타도라는 곳에 있는 이 전원주택타운에선 최근 절도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비싼 비용을 주고 경비업체까지 써가며 타운의 안전에 각별한 신경을 쓰던 주민들은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선 “경비업체에 따지자. 그래야 신경이라도 더 쓸게 아닌가”라고 의견을 모았다.
회의에 참석한 주민들은 그길로 타운 입구에 설치돼 있는 경비초소로 몰려갔다. 문을 열고 경비직원에게 말을 걸려던 주민들은 순간 깜짝 놀랐다.
멀리서 볼 땐 분명 경비초소에 사람이 있었지만 막상 문을 열고 보니 의자에 앉아 있는 건 허술한 마네킹이었다. 말이 마네킹이지 그저 사랑의 모양만 낸 엉터리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바퀴가 달린 사무용의자의 등판에 셔츠를 걸치고 머리받이 부분엔 헬멧을 하나 덜렁 얹고는 선글라스를 씌운 게 전부였다.
주민들은 “우리를 지켜주던 게 저 인형이야?”라고 수근거리면서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경비직원이 나타났다. 주민들이 경비직원을 다그친 것은 당연한 일이. 그러자 경비직원은 한숨을 내쉬며 사실을 털어놨다.
그는 “밤 11시에 근무시간이 끝나지만 교대를 해주는 직원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인형을 만들어 ‘보조 경비원’으로 썼다”며 고개를 숙였다. 밤새 인형이 지키는 타운은 절도단에게 좋은 먹잇감이 됐다.
주민들은 “주민들을 우롱하는거냐”고 격분하며 이번엔 관리회사를 찾아갔다. 관리회사는 그러나 “경비는 용역을 준 거라 우리와는 무관하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경비업체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주민들은 “비싼 비용을 들어 경비를 쓰고 있는데 이런 일을 당해 황당하다”며 “이젠 정말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된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