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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민의 월드why] 내 머릿속의 ‘신분증’…당신은 괜찮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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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어느 날, 서울의 한 병원에서 태어난 신생아 A는 태어나자마자 두피 아래에 작은 칩을 이식받았다. 이 칩에는 태어난 날짜와 시간, 장소, 이름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정보 등이 내장돼 있다. A의 부모는 아이가 태어난 뒤 출생신고를 할 때 아이의 홍채와 정맥 정보를 함께 등록했다. 이러한 장치는 아이가 실종됐을 때 GPS신호를 통해 보다 빠르게 아이를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훗날 아이가 자랐을 때 아이의 신분증이자 각종 소비의 수단으로 활용된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미국 위스콘신에 있는 전자장비 제조업체 스리 스퀘어 마켓은 직원 50명에게 직원카드 대용인 반도체 칩을 엄지와 검지 사이에 이식하는 기술을 도입했다. 직원들은 출퇴근관리부터 출입문 개폐, 사내 기기 사용 등 신분을 증명해야 하는 많은 분야에서 이식받은 이 칩을 신분증 대용으로 사용한다.

RFID(Radio-Frequency Identification)라고도 부르는 이것은 작은 칩에 정보를 저장하고 이를 무선 데이터로 송신하는 장치다. 이식 수술은 2초 정도면 끝나고 통증도 거의 없으며, 무엇보다 신분증을 잃어버리거나 도용당하는 위험이 낮아진다는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이쯤 되면 내 머릿속의 지우개가 아니라 내 머릿속의 신분증 혹은 신용카드가 등장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이식을 통해 반도체 칩을 사용자와 ‘한 몸’으로 만들거나, 아예 신체 일부분을 신분증 혹은 신용카드를 대체하는 기술, 어디까지 왔을까?

◆이식이냐 인식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미래에 신분을 인증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나뉠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는 위 사례와 같은 소형 칩 이식이고, 두 번째는 홍채나 정맥, 얼굴 등 생체인식이다. 소형 칩 이식은 개인 데이터를 칩에 저장하는 방식이고, 생체 인식은 신체의 고유한 데이터를 개인정보 시스템에 등록하는 방식이다.

두 방식은 다른 듯 보이나 결과적으로 같은 용도에 활용될 수 있다. 예컨대 신분이 인증되면 이 신분을 이용한 경제활동이 가능하다. 소형 칩 이식이나 생체인식 기술은 모두 우리 몸 자체를 신분증과 신용카드로 활용한다. 즉 신분증과 신용카드가 우리 몸 안에서 하나로 합쳐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두 가지 방식 중 소형 칩 이식이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국가는 스웨덴이다. 스웨덴 국영철도회사는 몸 안의 칩을 티켓으로 사용하는 생체인식 티켓을 시범 운영했다. 개인정보를 담은 칩을 몸에 이식한 승객이 승무원에 스캐너에 손을 갖다 대면 간편하게 티켓이 인식되는 방식이다. 이미 스웨덴에서는 IT기술에 종사하는 2만 여 명이 몸 안에 개인 정보를 내장한 칩을 이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체인식 중 가장 ‘핫’한 기술은 얼굴(안면) 인식이다. 삼성의 갤럭시8이 올 초 얼굴인식 잠금해제 기능을 탑재한 바 있지만, 2D카메라로 얼굴을 인식하는 방식은 낮은 정확도와 허술한 보안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그러나 최근 애플이 아이폰8에 2D가 아닌 3D카메라로 얼굴을 인식하는 새로운 기술을 탑재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현재 이 기술을 스마트폰의 잠금 및 해제용으로만 탑재했지만, 머지않아 애플페이 인증 수단으로도 사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파다하다.

◆‘철벽보안’ 가능할까?…인간의 ‘사이보그화’ 논란도

칩 이식과 생체인식 모두 발달된 기술이 인간에 삶에 가져다주는 편리함의 대명사로 꼽힌다. 신분증이나 신용카드, 티켓을 잃어버릴 일도 없고, 가볍게 터치하거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여전히 보안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칩 이식의 경우 해킹의 위험이 크다. 데이터화 된 개인정보, 즉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사고, 무엇을 먹는지, 어디로 가는지 등의 정보가 해킹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이 자신있게 내놓은 얼굴인식 기술도 마찬가지다. 길거리나 식당에 설치된 페쇄회로(CC)TV에 얼굴이 잡히기만 해도 개인정보가 그대로 인식되고 이것이 불법 감시 또는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생활 침해 우려가 쏟아지는 이유다.


도덕적인 논란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칩 이식의 경우 인간의 사이보그화를 앞당긴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마치 물건에 찍히는 바코드처럼 인간도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영국 BBC는 “절반은 인간, 절반은 걸어 다니는 신용카드가 된 우리 현실은 디스토피아의 악몽으로 느껴진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기회비용이 분명하다. 편리함을 얻는 대신 사생활을 포함한 개인정보를 노출해야 한다. 내비게이션의 대중화로 길 찾기는 편해졌지만, GPS가 내 위치를 고스란히 ‘바라보고’ 있는 것과 같다. 부정적인 기회비용을 줄이고 보다 긍정적인 편리함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더욱 정교한 기술 개발과 탄탄한 관련 법규의 제정이 필수일 것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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