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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피플+] 장기기증자 아빠와 마라톤 동반 완주한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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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사람은 결승선 통과 후 한마디 말 대신 위로의 포옹을 나누며 서로의 마음을 이해했다.


딸 아이의 장기를 기증한 가족과 그 장기를 이식받은 한 여성의 특별한 동행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NBC나이틀리 뉴스는 딸 알리사(24)를 병으로 잃은 아빠 프레드 밀러(62)가 딸아이의 심장을 전해받은 여성 셰이 브라운(49)과 지난 9일 시카고 풀 마라톤을 함께 완주했다고 보도했다.

목숨을 잃을 위기에서 알리사의 심장 기증으로 다시 태어난 브라운은 알리사의 아빠 밀러와 함께 출발선에 섰다. 둘은 6시간 30분 13초 동안 42.195㎞의 거리를 달려온 후, 서로의 손을 꼭 붙잡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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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운에게는 생애 첫 마라톤, 밀러에게는 딸과의 첫 마라톤이었다.


사연에 따르면, 두 가족의 인연은 2013년 브라운이 알리사에게 새 심장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16살에 암 진단을 받은 브라운은 2년 동안 항암치료를 받으며 완치를 향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심장에 손상이 있음을 발견했고 결국 암이 재발했다. 30대 중반, 그녀는 심장박동기를 달고 살아야 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고 40대 초반엔 집에 있는 계단조차 오르기 힘들게 되자 암전문의는 브라운에게 심장이식이 필요하단 말을 전했다.

절망에 빠져있던 그녀에게 실낱같은 희망이 찾아들었다. 바로 알리사의 심장이었다. 브라운은 심장을 이식 받았고 그로부터 2년 후, 자신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와 심장기증을 받게 돼 감사한 마음을 담아 밀러 가족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두 가족은 문자와 메일로 안부를 전하며 연을 이어갔다.

브라운은 “알리사는 내게 새 생명을 불어넣어 준 기적과도 같은 사람”이라는 심정을 전했고 알리사 아빠 밀러 역시 “내 딸은 불행히도 자신이 누릴 수 없는 삶을 누군가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싶어했다”며 “딸의 심장이 좋은 사람에게 전해졌다”고 설명했다. 

연락을 주고 받는 동안 딸을 무척 그리워하는 밀러의 마음을 알게 된 브라운은 서로에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마라톤을 함께 뛰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밀러는 이미 10번의 마라톤을 완주한 이력이 있음을 알았지만, 자신은 심장이 안좋아 한번도 뛰어본 적이 없어서였다.

브라운은 즉시 담당의로부터 경기에 뛰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아 밀러와 함께 마라톤에 참가했다. 덕분에 마라톤 당일은 두 사람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하루가 되었다.

마라톤 결승선에서 감정이 북받친 밀러는 “큰 상실의 슬픔을 겪은 후 어떤 면에선 딸과 다시 만나는 자리였기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초조했다. 그러나 내가 딸과의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또다른 방법이었기에 그녀를 만난 건 운명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나마 딸의 일부와 아주 가까이 있을 수 있어 좋았다”며 말을 이었다.

옆에 있던 브라운도 “내가 알리사의 심장을 받아도 될 만큼 가치있는 사람이 아니면 어쩌지라는 걱정도 됐지만 이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하다. 마라톤을 완주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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