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미안해. 엄마를 용서해다오. 이젠 어쩔 수가 없구나.”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에 누운 지 300일 된 6살 딸아이에게 엄마가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의식불명인 아이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중국 인터넷 매체 이투(乙图)가 소개한 허난성 위청현(虞城县)의 샤오진진(6)의 사연이 중국 대륙을 울리며, 단 두 시간 만에 60만 위안(약 1억220만원)의 성금을 모으는 기적을 일궜다.
샤오진진은 지난해 10월 뇌염 판정을 받았다. 입원 치료를 13일간 받았지만, 폐렴이 악화되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다. 한 달 만에 아동 전문병원으로 옮겨져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차도는 없었다. 그리고 아이는 긴 혼수상태에 빠져, 생명 유지 장치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이어갔다.
엄마는 300일 동안 꼬박 병실 밖 복도에 담요를 깔고 아이의 곁을 지켰다. 언제라도 아이가 깨어날 것만 같았다.
병원 주치의가 여러 차례 ‘포기’하기를 권했지만 엄마는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장기간의 치료비를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엄마는 병원의 권유대로 아이의 치료를 포기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지난달 말 엄마는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아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아가야,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엄마를 용서하렴.”
그 순간이었다. 오열하는 엄마의 울부짖음을 들은 것일까? 의식 불명인 아이의 눈가에서 또르르 눈물이 흘렀다. 마치 “엄마, 나 아직 살아있어. 포기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결국 엄마는 아이의 생명유지 장치를 떼내지 못했다. 하지만 50만 위안(약 8600만 원)이 넘는 치료비에 눈앞이 캄캄했다. 모녀의 안타까운 사연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자,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성금이 두 시간 만에 60만 위안(약 1억220만 원)을 넘어선 것이다. “아이를 포기하지 말라”는 응원의 메시지도 줄을 이었다. 마침내 아이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포기를 권유했던 병원 측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가난 때문에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딸을 포기하려 했던 엄마는 “이렇게 많은 관심을 무슨 말로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아이가 깨어나기를 끝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온정 덕에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