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인 호랑이의 공격을 받고도 주위 사람들의 순간적인 기지로 목숨을 건진 사육사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공개됐다.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칼리닌그라드동물원의 한 여성 사육사가 먹이를 주러 시베리아 호랑이의 우리에 들어갔다가, 호랑이의 기습을 받았다.
사육사를 덮친 호랑이 ‘태풍’은 16살의 수컷이었으며, 사육사는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호랑이와 필사적인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사육장 밖에서 이를 지켜본 관람객들이 소리를 지르거나 돌과 의자 등을 집어 던지며 호랑이를 사육사로부터 떨어뜨리려 애썼고, 그 사이 간신히 사육사는 구조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죽다 살아난 사육사는 올해 44살의 스리바스타바라는 여성으로, 사고가 발생한 직후 병원으로 후송돼 긴급처치 등을 받을 당시만 해도 상처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
비록 큰 흉터를 안게 됐지만 결국 살아남은 그녀는 “먹이를 주러 우리에 들어갔을 때, 호랑이의 접근을 막는 문을 잠그는 것을 깜빡 잊었다. 호랑이가 날 한동안 바라보며 다가오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호랑이는 어느 순간 매우 빠른 속도로 날 향해 달려왔고, 적절히 대응할 만한 여력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호랑이의 공격을 받는 순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호랑이는 나를 땅으로 밀어 넘어뜨렸는데, 평상시처럼 으르렁거리거나 흥분한 상태는 아니었다. 그저 호랑이는 나를 물려고 했고 나는 얼른 팔을 들어 호랑이를 막았다”면서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지만 팔을 내어준 덕분에 호랑이가 내 목을 무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호랑이에 공격을 받았던 순간에 떠오른 것은 역시 아이들이었다.
그녀는 “18살, 13살, 6살 된 아이들이 차례로 떠올랐다. 그리고는 반드시 이 ‘고문’(호랑이의 공격)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고통을 참고 버티려고 노력했고 얼마 뒤 호랑이가 후퇴하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현재 이 여성은 팔과 다리에 입은 부상으로 거동이 부자연스럽고, 갈비뼈가 부러지고 팔의 혈관이 파열되는 중상을 치료받고 있다. 몇 차례 더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그녀는 “당시 호랑이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소리를 치고 돌을 던져 준 관람객들이 내 생명의 은인”이라면서 “그들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살아있지 못할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