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는 뇌 구조부터 다르다는 말이 있다. 같은 듯 상당히 다른 남녀의 차이는 학계에서도 꾸준히 관심의 대상이다. 2017년 한 해에도 남녀 성별에 따른 차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다양한 실험결과가 공개됐다.
앞서 언급한 ‘뇌 구조의 차이’부터 살펴보자. 미국의 신경정신의학 전문 의료기관인 에이멘 클리닉 연구진에 따르면 여성에게서는 알츠하이머나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질환이 더 많이 나타나는 반면, 남성에게서는 ADHD나 스스로를 절제하지 못해 발생하는 범죄의 비율이 높다.
연구진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감정이입이 더 쉽고 직감이 뛰어난 이유 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식이장애, 불안 등에 더욱 많이 시달리는 이유 역시 뇌의 특정 부위가 남성에 비해 더 활성화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해당 부위는 의사결정을 할 때 활성화되는 전전두피질과 분노 및 두려움, 즐거움 등의 감정과 행동, 욕망 등을 조절하는 둘리계통이라고 부르는 부위다. 즉 여성과 남성의 뇌는 각각의 부위에 따라 활동성에 차이를 보이며, 이것이 성별에 따라 다른 행동과 감정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남성과 여성에게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뇌 활동성만이 아니다. 남녀 성차별과 관련한 논란이 여전히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한 연구진은 남녀 임금 불평등의 원인이 여성에게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지난 3월 영국 배스대학 연구진은 여성 스스로 잠재적인 수입에 대해 부정적 관점을 지니면 임금 인상과 승진 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즉, 비관론이 남녀 임금 격차를 벌려놓는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임금 면에서 여성의 낮은 기대감이 비관적 관점에 의해 촉발된 것이라면, 그들은 계속해서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임금 불평등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것이다. 그것은 남녀임금 격차를 다루는 정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기에 직장에서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활발하게 만들기 위한 더 나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여성 스스로 남성이 더 뛰어나다고 믿는다는 연구결과는 또 있다. 지난 1월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 연구진의 연구 결과, 아이들은 만 6세부터 성 고정관념이 생기며, 이 시기 여아는 남성이 여성보다 ‘머리가 좋다’고 믿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여성들이 직업을 선택하는 데 성 고정관념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여성은 일반적으로 물리학이나 철학 등 재능이 필요한 것과 연관된 분야를 피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녀 성별에 따른 또 다른 차이는 건강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2017년 한 해 역시 꾸준히 화두로 오른 ‘혼밥’의 경우, 혼밥을 하는 남성이 여성보다 혼밥으로 인해 비만이 될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월 동국대 일산병원과 인제대 일산백병원 등 공동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외로움을 더 많이 느끼고, 이 때문에 정크푸드 등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더 많이 섭취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1월 이스턴핀란드대학 연구진은 뇌 변화의 관찰을 통해 장기간의 음주가 젊은 여성과 남성에 미치는 영향이 각기 다르며, 특히 여성보다는 젊은 남성에게 더 치명적인 결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밖에도 올 한 해 동안 ‘AI 여성성은 성차별적 선입견의 결과물’(2월 25일), ‘헤어진 연인과 친구로? 남녀 심리 분석’(8월 9일) 등 남녀의 차이를 소재로 한 연구와 기사가 쏟아졌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성별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와 존중을 도울 수 있는 소식이 더 많이 들려오길 기대해본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