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반

옥스퍼드 연구진, 유아 2800명에게 ‘결함있는 백신’ 테스트

작성 2018.01.11 14:26 ㅣ 수정 2018.01.1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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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핵 백신(사진=포토리아)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이 동물실험조차 통과하지 못한 결핵백신을 아프리카 출신 유아 약 2800명에게 투약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데일리텔레그래프 등 현지 언론의 1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은 2006년, 현지의 한 실험실에서 실험용 원숭이를 대상으로 자체 개발 중이던 결핵 백신 후보 물질인 ‘MVA85A’의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MVA85A를 주입한 원숭이 6마리 중 5마리가 죽었으며, 이는 백신을 맞지 않은 채 결핵에 노출돼 죽은 원숭이 수와 거의 동일한 수준이었다. 해당 백신이 동물시험 단계에서 이미 결함이 있었던 것.

하지만 연구진은 기업 및 정부의 지원금 및 영아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허가를 받기 위해 해당 사실을 은폐했다. 대신 옥스퍼드 연구진은 몇몇 유력 학술지에 MVA85A의 동물실험이 성공적이었다는 거짓 사실을 발표했다.

이후 옥스퍼드 연구진은 미국의 생명공학기업 이머전트 바이오솔루션스(Emergent BioSolutions)와 계약을 맺고 백신 후보 물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당시 MVA85A에 대한 전체 지분의 49%는 옥스퍼드 대학이 가지고 있었고, 일부 지분은 연구에 참여했던 과학자 개개인이 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옥스퍼드 연구진의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행한 것은 2009년이었다. 텔레그래프의 보도에 따르면 연구진은 동물시험이 성공했다는 ‘거짓 결과’를 바탕으로, 부모의 동의 하에 2800명에 달하는 아프리카 유아에게 인간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옥스퍼드대학은 2012년 백신관리정책위원회를 설립하고, 2015년 이 위원회를 통해 MVA85A의 효과를 자체적으로 ‘과장 홍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90년 만에 새로운 결핵 백신으로 기대를 모았던 MVA85A는 잇따른 임상시험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이후 연구는 초기 단계로 되돌아갔다.

당시 접종을 받았던 영아들에게서 이상증세나 위험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백신 예방의 효과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세계적인 연구기관의 이 같은 실험결과 조작 및 은폐 사실은 런던에서 발생되는 일간지인 데일리텔레그래프의 단독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2013년 문제의 MVA85A가 기존의 백신보다 더 유익하지 않다는 연구결과를 게재했던 영국의학저널(BMJ)에는 이러한 백신 개발 과정을 규탄하는 학계의 목소리가 실렸다.


에든버러대학의 한 전문가는 “신약을 개발할 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이전에 더욱 정교하고 안전한 테스트 과정을 수립할 필요가 있따”고 지적했고 캐나다 맥길대학교의 또 다른 전문가는 “이러한 사례는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에게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약 개발에서 동물시험에 대한 인증 과정이 비교적 허술하다는 인식은 널리 퍼져있다”고 지적했다.

남아공 스텔렌보스대학의 전문가는 "인간대상 임상시험은 주로 백신에 대한 접근 경로가 막힌, 하지만 효과적인 치료를 기대하는 가난한 나라의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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