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이 결국 찢기고 훼손되는 것일까.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게 돼 논란이 예상된다.
페루가 아마존에 도로 건설을 허용하는 법을 제정했다고 현지 언론이 2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법은 지난 15일 일찌감치 의회를 통과했지만 뒤늦게 22일 공포됐다.
현지 언론은 "행정부가 비토권을 행사하지 않은 채 법을 공포하지 않음에 따라 법정시한이 흘러 자동 공포된 경우"라고 보도했다.
페루 행정부와 의회가 이런 절차를 밟은 건 꼼수라는 지적이다. 최근 페루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마존을 보호하자며 사실상 법에 반대했던 때문이다. 18~21일 페루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마존은 지구의 허파"라며 "개발로 지구의 허파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마존의 항구도시인 말도나도를 방문, 아마존 자연보호에 대한 관심을 대외적으로 확인했다. 교황의 방문이 끝난 뒤 법이 공포되도록 당국이 일정을 맞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마존 원주민에 대해서도 걱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아마존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서 지금처럼 위협을 받으며 산 적은 없었다"며 밀림개발 포기를 촉구했다. 입법 과정에서부터 법은 논란이 많았다.
원주민 정책의 주무 부처인 문화부는 "아마존에 사는 원주민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며 아마존 도로건설에 강력히 반대했다. 의회에서도 소수의 반대 목소리는 없지 않았다.
페루 의회 원주민정책위원회의 마르코 마라나 위원장은 "가뜩이나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는 원주민 부족들이 개발사업으로 더욱 힘든 삶을 살게 될 것"이라며 법안에 반대했다.
법은 "도로 건설 때 아마존의 자연보호구역과 원주민이 거주하는 지역을 반드시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사업 과정에서 무분별한 개발이 진행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