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전성기의 천재 조각가이자 화가로 꼽히는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의 작품에서 숨겨져 있던 ‘비밀의 시그니처’가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사이언스데일리 등 해외 매체의 14일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남부에 있는 포르투알레그리 연방건강과학대학의 데이비스 디캄포스 교수는 1525년 미켈란젤로가 노년에 10년 간 친구로 지낸 여성인 비토리아 콜로나(1490~1547)를 그린 스케치에서 새로운 흔적을 찾아냈다.
그림 속 비토리아 콜로나의 오른팔 아랫부분에는 남성으로 보이는 사람이 허리를 거의 직각으로 구부린 그림이 스케치 형태로 그러져 있으며, 기존의 그림 위에 덧대어 그려져 있어 알아보는게 쉽지 않다.
수년간 미켈란젤로 작품과 해부학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해 온 디캄포스 박사는 비토리아 콜로나의 드레스에 숨기듯 그린 이 캐리커처가 미켈란젤로의 자화상이자 자신이 그린 그림임을 나타내는 시그니처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미켈란젤로가 예술가로 활동하던 당시에는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에 대한 엄격하고 많은 제재와 제한이 존재했으며, 특히 여기에는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에 사인(서명)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미토리아 콜로나의 그림 속 ‘비밀의 시그니처’ 역시 이러한 제재를 피하기 위해 마치 서명처럼 미켈란젤로 자신이 모습을 그려 넣은 것이라는게 디캄포스 박사의 설명이다.
디캄포스 박사는 “이번 발견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미켈란젤로의 일생을 더욱 자세히 살폈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미 미켈란젤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아직 알아야 할 것들이 더 남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켈란젤로가 절친한 친구인 비토리아 콜로나를 위해 그린 스케치 그림은 현재 런던 대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으며, 미국의 유명 인문학 출판사인 ‘와일리’가 발간하는 학술지인 '임상해부학 저널'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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