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그래도, 벚꽃은 피어야 되구요…영천 은해사(銀海寺)

작성 2018.04.19 09:25 ㅣ 수정 2018.04.1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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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천에 있는 은해사 경내에 벚꽃들이 환하다. 꽃샘추위 속에서 핀 벚꽃이라 더욱 더 반갑다


“세상은/ 사흘 못 본 사이의/ 벚꽃” (오시마 료타, 류시화 번역)

봄의 서사가 완성되려면 판타지가 꼭 있어야 한다. 벚꽃은 판타지다. 그러나 올 봄 벚꽃들이 만들어야 할 판타지 스페셜 에디션(?)은 온데간데없다. 팝콘처럼, 강냉이처럼 볼 빨간 봄청춘들의 맘속에서 뻥하니 터졌어야 할 벚꽃들이, 꽃샘추위 호호바람에 엉겁결에 지레 숨을 죽였다. 그래도 오시마 료타(大島蓼太, 1718-1787)의 하이쿠(俳句)처럼 사흘 못 본 사이에 늦게 다가온 벚꽃들이 은빛 바닷물처럼 흐드러지는 곳, 영천에 있는 은해사(銀海寺)로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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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해사의 벚꽃은 경내에 피어 있어 사찰의 상춘 분위기를 한껏 고양시킨다


영천의 은해사(銀海寺)는 말 그대로 사찰의 풍광이 은빛 물결에 뒤덮여 있는 듯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곳이다. 산등성이에 안개가 끼고 구름이 피어 날 때면 은빛 바다가 물결치는 것 같다 해서 신라의 진표 율사는 ‘한 길 은색 세계가 마치 바다처럼 겹겹이 펼쳐져 있다.(一道銀色世界 如海重重)’라는 한시마저 남겼으니 은빛 가득한 벚꽃을 둘러보기에 은해사는 제격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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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영조 26년에 그려진 괘불탱이 있는 은해사의 대웅전. 괘불탱은 현재 보물 제 1270호로 지정되어 있다


사실 경상북도 영천에 위치한 천년고찰 은해사는 전국적인 이름값 떨쳐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절은 아니다. 하지만 절집 주변과 산내 암자들을 둘러본다면 단단한 내실 한 가득 안고 있는 사찰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우선 은해사는 과거 조선 31본산, 경상북도 5대 본산이었으며 현재도 대한불교조계종 제 10교구 본사의 자리를 지키는 영남 대표 사찰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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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구 스님들의 수행처로 전국적으로 이름난 백흥암의 입구. 암자 내에 큰 진돗개가 지키고 있어 외부인들은 조심, 또 조심


또한 그리도 명성 자자한 원효대사, 일연국사, 설총 등의 뿌리가 가득 담긴 절이기에 예전부터 은해사는 지역민들에게는 영험한 불교 성지중의 하나로 지금까지도 손꼽힌다. 여기에 더해 추사 김정희(金正喜, 1786~1856)의 글씨가 문 위의 편액인 은해사, 불당의 대웅전, 종각의 보화루, 불광각, 노전의 일로향각 등 무려 다섯 점이나 그대로 경내에 남아 있기도 한 곳이다.

현재의 은해사는 다른 사찰들과는 달리 본존불로 아미타불을 모시는 미타도량으로도 유명세를 떨치는 곳으로 연원은 신라 41대 헌덕왕 1년(809년) 혜철국사가 해안평에 창건한 사찰인 해안사로부터 지금의 은해사 역사가 시작되어 오늘날까지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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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해사 산내 암자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운부암. 고즈넉한 분위기의 선방으로 수행하는 스님들이 계신 곳이다


특히 은해사에는 비구 선방으로 이름 높은 운부암, 기기암과 비구니 선방 백흥암 등이 있어 다른 사찰들과는 달리 은해사 경내 오솔길을 오르내리며 수행하는 비구스님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은해사가 선교양종의 총본산답게 공부하는 선승들의 수행지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명망높은 여승(女僧)의 출가터로도 유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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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해사 범종각에 위치한 벚꽃들. 꽃샘추위 호호바람에 벚꽃들이 분분히 떨어져 바닥에 흩어진다


이에 더해 봄이 오면 대웅전 앞뜰에 은빛 가득한 벚꽃 나무 역시 명실상부한 은해사의 자랑거리 중의 하나여서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상춘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은해사의 벚꽃은 절집 경내를 환히 밝힐 정도로 흐드러지기 때문에 눈으로만 보던 보통의 가로수목의 벚꽃이 아니라 가지를 늘어뜨린 채 관람객들의 손길이 닿을 수 있는 벚꽃이기도 하다.

<은해사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봄의 초입, 영천에 가 볼만한 일이 있다면. 고즈넉한 사찰을 보길 원하다면

2. 누구와 함께?

- 늙으신 부모님과 다정히. 연인들도 함께. 출가를 결심하고자 하는 분이라면 혼자.

3. 가는 방법은?

- 경상북도 영천시 청통면 청통로 951 / 하양버스터미널 앞에서 은해사 行 노선버스 탑승

4. 감탄하는 점은?

- 벚꽃의 순수함. 운부암의 고즈넉함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은해사는 사찰 규모에 비해 일반인들에게는 그리 알려져 있지 않은 편.

6. 꼭 봐야할 장소는?


- 대웅전, 성보박물관, 운부암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육회 ‘편대장영화식당’, 곰탕 ‘포항할매집’, 군만두 ‘삼송꾼만두’, 해물찜 ‘임가네해물촌’

8. 홈페이지 주소는?

- www.eunhae-sa.org/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사일온천, 보현산천문대, 임고서원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은해사는 생각보다 큰 사찰이다. 차량이 경내로 들어갈 수 있는 데 반드시 산내암자인 운부암을 꼭 들리도록.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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