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월드컵에서도 ‘행운의 조’가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월드컵에선 그런 걸 본 적이 없다. 서로 엇비슷한 팀이 맞물려 먹고 먹히는 관계가 되는 건 ‘행운의 조’가 아니다. 그렇다고 독일이나 브라질 같은 강팀이 3전 전승을 거두고 나머지 세 팀이 16강 경쟁을 하는 것도 ‘행운의 조’는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월드컵에서 조 편성을 따지고 상대 팀이 누군지에 따라 16강 가능성을 가늠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월드컵은 처음부터 우리 뜻대로 ‘누구는 이기고 누군가와는 비기는’ 희망사항대로 흘러간 적이 없다.
반대로 말하면 우리를 너무 숙이고 들어가기도 한다. 특히나 이번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는 생각보다 스웨덴을 너무 강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들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라 월드컵에서 스웨덴 정도의 팀도 이기지 못하면서 16강을 바라는 건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16강에 오를 팀은 스웨덴 정도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겨야 하고 멕시코도 깨야한다.
멕시코가 6회 대회 연속 16강에 오른 팀이니 16강의 기준은 딱 멕시코 정도다. 스웨덴과 멕시코를 피하고도 16강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특히나 16강에 가려면 스웨덴 정도는 속된 말로 밑에 깔아야 한다. 단순하다. 우리가 밑에 깔리면 조별예선 탈락이고 그들을 밑에 깔면 16강이 수월해진다.
월드컵에서 경우의 수 같은 건 의미가 없다. 어차피 다 지역 예선을 뚫고 올라온 저력 있는 팀들이다. 그나마 만만한 게 파나마나 호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인데 이 팀들은 다 우리와 같은 4번 포트 국가여서 한 조에 속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 역시 우리와 한 조에 속했으면 쾌재를 부르지 않았을까.
월드컵이 1반과 2반이 겨루는 동네 체육대회도 아니고 이런 하위권 팀을 한 조에 몰아줄 리가 없다. 1번부터 3번 포트까지 몰려 있는 24개 국가 중 우리에게 “너 잘 걸렸다”는 소리를 들을 팀이 없다는 뜻이다. 어느 조에 가도 똑같이 어렵고, 반대로 생각하면 어느 조에 가도 16강 도전 가능성은 똑같다.
이란은 포르투갈, 스페인, 모로코와 한 조에 속했고 호주는 프랑스와 페루, 덴마크와 격돌한다. 일본은 폴란드와 세네갈, 콜롬비아와 16강 경쟁을 펼친다. 스웨덴과 멕시코, 독일을 만나는 한국과 비교해도 그 누구도 쉬운 조가 없다. 스웨덴과 멕시코, 독일을 만났다고 징징대지 말자는 거다.
이란은 모로코를 잡지 않고는 16강에 갈 수 없으며 호주는 페루를 이겨야 한다. 일본도 세네갈을 꺾지 못하면 16강은 없다. 물론 이 팀들은 당연히 이겨야 하고 그 외 한 팀과 16강 경쟁을 더 해야한다. 한국이 스웨덴을 잡지 못하면 16강에 갈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조 편성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애초에 월드컵에서 ‘희망의 조’를 따지며 대진운을 논해서는 안 된다.
스웨덴도 존중 받아야 하는 팀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선수 면면을 살펴보면 뭐 우리보다 크게 나을 것도 없다. 가장 경험 많은 공격수는 아랍에미리트 알 아인과 프랑스 툴루즈에서 뛴다. 토트넘과 잘츠부르크에서 뛰는 우리 공격수들이 밀릴 이유가 전혀 없다. 유럽 빅클럽에서 뛰는 선수는 빅토르 린델로프(맨체스터유나이티드) 뿐이다. 그들의 실력을 존중해야 하지만 전혀 숙이고 들어갈 팀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생각보다 스웨덴을 너무 강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상대를 무시하면 안 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강하게 평가해서도 안 된다. 자신감을 가지고 임하자. 어차피 스웨덴에도 질 팀이면 애초부터 16강 같은 건 없다. 그냥 스웨덴도 못 이기면 16강에 갈 자격이 없는 거다. 우리의 수준이 딱 거기까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월드컵은 바레인이나 카타르, 오만이 나오는 아시안컵이 아니다.
스포츠니어스 대표 / 김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