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의 한 포경회사가 국제 법상 포경이 금지된 멸종위기종 대왕고래를 잡아 해체했다는 증거가 나와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비영리 동물권단체 ‘하드 투 포트’와 해양생물 보호단체 ‘시셰퍼드’는 최근 아이슬란드 최대 포경업체 ‘흐발루 H/F’가 대왕고래를 살해했다고 주장하며 증거 사진과 영상을 온라인상에 공개했다.
이들 단체가 공개한 증거에는 대왕고래로 추정되는 거대한 고래 사체가 지난 7일 오후 포경선 ‘흐발루 8호’ 측면에 묶인 채 아이슬란드 흐발피오르두르의 한 항구로 옮겨지는 모습이 담겼다.
또한 여기에는 흐발루 8호 선원들이 부두 위로 옮겨진 고래 위에 올라가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도 고스란히 찍혔다.
시셰퍼드 측은 흐발루 H/F는 지난 3주 동안에만 이 고래에 앞서 21마리의 참고래를 잡아 죽였다고 말했다.
또한 “이 회사의 대표인 크리스탼 로프트손이 이 고래 역시 다른 참고래들과 마찬가지로 해체하라고 지시했다”면서 “대왕고래의 고기와 껍질, 그리고 뼈는 모두 이전에 잡힌 참고래들과 섞여 당국이 조사를 진행하더라도 찾기 어렵거나 아예 못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증거는 이 고래가 해체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고래 보호 운동가들은 이 고래의 고기는 일본으로 건너 가 판매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프트손의 포경 회사는 아이슬란드 정부로부터 포경을 승인받았지만, 대왕고래는 모든 국가에서 불법이다.
이번 증거를 본 많은 전문가는 사진 속 고래의 색상과 무늬, 그리고 지느러미 및 꼬리 모양을 봤을 때 거의 확실하게 대왕고래가 맞다고 밝혔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알래스카 수산학센터의 필립 클래펌 박사는 “사진 속 고래는 색상 패턴을 고려하면 대왕고래의 모든 특징이 있다”면서 “능숙한 관찰자라면 이 고래를 다른 어떤 고래로 잘못 판단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의 수석 해양동물 과학자 마크 시먼스 역시 사진 속 고래는 아직 성장 중이 대왕고래이거나 보기 드문 참고래와 대왕고래의 잡종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 셰퍼드 영국의 최고운영자 로버트 리드는 해당 포경회사가 불법으로 대왕고래를 살해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아이슬란드 정부에 흐발루 8호의 장비와 저장 고기, 그리고 보관소 등에서 DNA 표본을 채취해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로버트 리드는 “이 사람(크리스탼 로프트손)이 국제 보호 규정을 가차 없이 위반해 아이슬란드에 불명예를 안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 “이번 범죄에는 법적 타당성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왕고래는 역사상 세계에서 가장 큰 동물로, 몸길이 33m까지 자랄 수 있으며 과거 고래잡이로 인해 멸종 직전까지 갔으며 현재는 1만 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