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공화국’이라는 오명을 가진 인도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목숨을 지키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이런 여성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호신술을 배우도록 격려하는 여성이 있다. 인도 중부 마디아 프라데시주(州)에 사는 잔키 고우드(23)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여성은 인도 전역에 살고 있는 시각장애인 800만 명 중 한 명이다. 5살 때 병에 걸려 시력을 잃었고, 앞을 보지 못하는 탓에 성폭력의 위험에 더욱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의 인생을 바꾼 것은 바로 유도였다.
미국 CNN의 21일 보도에 따르면 그녀는 2010년 시각장애인을 위한 국제비영리기구인 ‘사이트세이버스’(Sightsavers)를 통해 처음 유도를 접했다. 이 단체는 시각장애인 여성들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호신술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은 진행했고, 잔키는 그 혜택을 입은 200여 명의 인도 여성 중 한 명이다.
잔키는 “앞을 보지 못하는 내게는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런 나의 인생을 바꾼 것은 유도였다”면서 “처음에는 그저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유도를 시작했다. 유도에 대한 어떤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나와 같은 장애인들을 위한 호신술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며 처음을 떠올렸다.
사이트세이버스가 파견한 유도 강사들에게 앞을 보지 못하는 여자아이들에게 유도를 가르치기 위해 특별한 방법을 썼다. 눈으로 보고 따라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소리나 박수를 적극 이용하고, 몸을 직접 움직임으로서 동작을 익히도록 배려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유도를 배운 잔키는 지난해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국제장애인유도챔피언십 경기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동메달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뿐만 아니라 인도에서 더 많은 여성 시각장애인들이 유도를 배울 수 있도록 격려하는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영광을 안았다.
사이트세이버스 측은 “스스로 자신을 보호한다는 것은 인도의 시각장애 소녀들이 위험한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인도는 시각장애인 소녀들에게 매우 위험한 곳이다. 우리는 이러한 위험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사진=CNN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