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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중국] 숙제 도우면 3300원… 우정을 ‘돈’으로 사는 中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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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숙제 돕는데 20위안(3300원), 문제 하나 풀이에 5위안(820원), 필기 노트 한 번 빌리는데 5위안, 돈이 없으면 노트북, 사인펜, 지우개, 감자 칩 등으로 교환 가능’

중국 베이징의 한 중학교 2년생 항 모 군이 친구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고 친구들에게 요구하는 '요금표'다.

북경만보(北京晚报)는 최근 소위 ‘엄친아’로 불리는 항 군의 사연을 소개했다. 항 군은 우등생으로 농구팀 리더이기도 하고, 본인이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 다재다능한 아이다. 반에서는 ‘신사’로 불릴 정도로 매너가 좋아 친구들과 선생님의 총애를 받고 있다.

항 군의 엄마는 아들이 친구들의 공부를 도와주고 돈을 번다는 이야기를 듣고 믿기지 않았다. 아들에게 그 이유를 묻자 “친구가 과외 선생에게 배우면 돈을 내는데, 나는 왜 돈을 받으면 안 되죠?”라고 말했다. 이후 항 군은 반 전체에 ‘요금표’를 공표했고, 친구들은 스스럼없이 돈을 내고 숙제나 어려운 문제의 도움을 받고 있다. 최근 항 군에게는 ‘단골손님’까지 여럿 생겼다.

비단 항 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공부 잘하는 아이가 친구들에게 돈을 받고 도움을 주는 일이 점차 늘고 있다.

심지어 숙제를 대신 해주고 친구에게 100위안을 받기도 하면서 친구들 사이에서는 흥정이 오고 간다. 돈이 없는 친구는 외상으로 도움을 받고, 나중에 20%의 이자를 부쳐 갚는다.

친구들 사이에서 ‘서로 돕는(互助)’ 문화가 ‘서로 이익 챙기기(互利)’로 변질되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이 같은 행위는 친구들 간의 감정을 상하게 한다고 주의를 주지만, 아이들은 “지금 친구들은 모두 이렇게 해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에 감정을 끼우진 않는다”고 항변한다.

베이징의 또 다른 중학교 3년생 샤오 양은 “친구 한 명은 마트에서 문구류를 사와 필요한 친구들에게 판다”고 말했다. 문구류를 빠뜨리고 오는 친구들이 늘 있기 때문에 약간의 이윤을 붙여 되파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처럼 친구의 도움을 돈으로 환산하는 행위를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우정’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과 문명의 발달은 오히려 인간관계를 소원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아이들은 친구를 돕고 돈을 받는 행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베이징 대학의 가정교육 전문가 장쉬링(张旭玲) 교수는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비즈니스 감각이 탁월하다고 말하지만, 돈을 좋아하는 것과 돈을 관리하는 능력은 별개”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회가 아무리 변해도 우정과 좋은 인간관계는 행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서 “친구의 도움을 돈으로 계산하는 경우 우정은 자리 잡기 힘들다”고 전했다.

사진=북경만보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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