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밤 12시 30분 일을 마친 오마리안 뱅크스(19)는 여자친구인 자케리아 마티스(23)의 집으로 향했다. 뱅크스는 8개월 전부터 마티스의 아파트에서 동거 중이었다. 그러나 늘 여자친구가 마중을 나왔고 뱅크스는 근처 지리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도 마티스는 뱅크스와 영상통화를 하며 그의 귀갓길을 함께 했고 그가 집앞에 도착하자 문을 열어주었다. 분명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마티스의 집앞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녀는 남자친구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 사이 수화기 너머로 뱅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티스는 “남자친구가 집 앞에 도착했다고 해 나가봤지만 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면서 “그 사이 수화기 너머로 누군가에게 집을 잘못 찾았다고 사과하는 뱅크스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설명했다. 잠시 후 낯선 목소리의 한 남자가 뱅크스를 향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퍼부었고 세 발의 총성이 울려퍼졌다.
마티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목에 총을 맞은 채 쓰러진 뱅크스를 발견했다. 경찰은 뱅크스가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뱅크스는 여자친구의 집과 매우 비슷한 다른 집 문을 잘못 두드렸고 그 집에 살던 대리 L. 바인스(32)가 쏜 총에 맞아 즉사했다.
바인스는 경찰 조사에서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바인스의 사촌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바인스는 다섯명의 아이를 둔 무고한 아버지일 뿐이다. 지난주 트럭을 도난당해 예민해져있는 상태였고 그저 아이들을 보호하려 했던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바인스가 사과하는 뱅크스에게 “제대로 찾아왔다”고 비아냥거리며 인종차별적 발언을 퍼부은 점과 도망가는 뱅크스를 향해 세 발의 총을 난사한 점 등을 고려해 인정하지 않았다.
매티스는 “뱅크스는 귀갓길에 항상 전화를 걸어온다. 나는 그가 집 앞에 도착하면 늘 문을 열어주곤 했다. 그날따라 엉뚱한 출입구로 들어섰다 변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뱅크스의 모친 리사 존슨은 “아들은 이제 막 독립을 한 사회초년생이다. 내 품을 떠난지 1년 도 채 되지 않아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존슨 여사는 “아들은 분명 실수를 사과했다. 그런데 어떻게 목숨을 구걸하며 도망가는 사람을 향해 세 발이나 총을 쏠 수 있느냐”며 “한눈에 봐도 어린 아이를 향해 악랄하게 총을 쏜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오열했다. 경찰은 바인스를 살인혐의로 기소하고 보석 없이 구금한 상태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