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캐롤라이나주 출신인 크리스트는 미인대회 참가자치고는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한다는 것 외에도 MBA를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CNN은 크리스트가 재소자들을 위한 무료 변론에도 앞장서고 있다고 전했다. 또 앞선 2개의 미인대회 우승자들과 마찬가지로 흑인 여성이라는 점 역시 주목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5일(현지시간) 지난해 9월 ‘2019 미스 아메리카’에 뽑힌 니아 프랭클린(25)과 지난달 28일 ‘2019 미스 틴 USA’에 선정된 칼리그 개리스(18)에 이어 첼시 크리스트가 ‘2019 미스 USA’에 등극하면서 미국 3개 주요 미인대회 왕관 모두 흑인에게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인들의 미적 기준이 인종차별과 고정관념으로 얼룩진 과거에서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흑인 최초로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할리 베리와 2020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노리는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 등 저명인사들 역시 지지를 보냈다.
3개의 미인대회 중 가장 오래된 ‘미스 아메리카’는 1921년 창설됐으나 ‘백인 여성만 참가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흑인 여성의 출전이 제한됐다. 이에 반발한 흑인들은 1968년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에서 열린 ‘미스 아메리카’ 대회장 근처 리츠칼튼 호텔에서 ‘미스 블랙 아메리카’ 선발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 첫 우승자였던 산드라 윌리엄스는 당시 “미스 아메리카는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다. 나는 흑인 여성 역시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미스 아메리카’는 1970년 대회 창설 5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셰릴 브라운이라는 흑인 여성을 출전자 명단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흑인 우승자가 나오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미스 아메리카’는 1984년에야 비로소 첫 흑인 우승자 버네사 윌리엄스를 배출했다. 1952년부터 치러진 ‘미스 USA’ 대회는 1990년, ‘미스 틴 USA’는 1991년에야 각각 아프리카계 미국인 캐롤 앤 마리 기스트, 아프리카계 미국인 자넬 비숍을 첫 흑인 우승자로 지명했다.
이후로도 꾸준히 미인대회의 다양성 확보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자 ‘미스 USA’와 ‘미스 틴 USA’를 주관하는 미스유니버스조직위원회는 2012년부터 트랜스젠더 여성들의 참가도 허용했다. ‘미스 아메리카’는 지난해부터 수영복 심사도 폐지했다. 그러나 ‘미스 블랙 아메리카’ 출신 애슐리 엔카디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그녀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인대회 우승자 중 아시아 여성, 플러스사이즈 여성은 없다. 여전히 유럽인 중심의 아름다움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미인대회를 연구해온 힐러리 레비 프리드먼 브라운대학교 초빙교수 역시 “대회의 다양성은 아직 많은 집단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꼬집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