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1일 오후 4시 50분경,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달리던 버스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현지경찰은 비숍이 버스에서 다른 승객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고성을 질렀다고 밝혔다. 이때 같은 버스에 타고 있던 서지 푸르니에(74)가 난동을 부리는 비숍을 타이르다 말싸움이 번졌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실랑이는 푸르니에가 정류장에서 하차하면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푸르니에가 “사람들에게 좀 더 친절하라”는 말을 남기고 문밖으로 발을 내딛는 찰나, 비숍은 그의 등을 거세게 떠밀어버렸다. 푸르니에는 그대로 정류장 콘크리트 바닥으로 넘어졌다.
승객들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비숍은 이미 아들의 손을 잡고 현장을 빠져나간 뒤였다. 경찰은 당시 노인에게 치료가 필요한지 물었으나, 푸르니에가 치료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르니에는 사고 다음 날 병원을 찾았지만 부상이 합병증으로 번지면서 한 달여 만에 사망했다. 푸르니에의 시신을 부검한 클라크 카운티 검시관은 푸르니에의 사망에 비숍의 폭행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타살’로 결론 내렸다.
경찰은 지난 6일 비숍을 살인 혐의로 구속하고 10만 달러의 보석금을 책정했다. 그러나 비숍이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는 보도가 나오자 여론이 들끓고 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비숍은 2014년과 2015년 가정용 배터리 관련 경범죄로 이미 두 차례 유죄 판결을 받은 상황이다. 라스베이거스 경찰은 일단 정확한 사고 경위 파악을 위해 버스 CCTV를 공개하고 목격자들의 제보를 기다리는 중이다.
한편 푸르니에의 사망 소식을 접한 이웃들은 한결같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푸르니에의 이웃 테일러 포니어는 “푸르니에는 매우 친절하고 훌륭한 이웃이었다”며 애도를 표했다. 또 다른 이웃 켄 말렌은 남겨진 푸르니에의 아내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인 푸르니에의 아내는 남편 사망 이후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